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375㎞ 떨어진 라푸라푸 광산. 이 광산에는 환경파괴, 생태계 피해 등의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이 곳에서 구리와 금 등을 제련하기 위해 사용한 시아나이드(청산염)와 산성수가 바다로 유출돼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등 심각한 환경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던 라푸라푸 광산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광산 개발에 따른 환경피해(광해)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폐광과 광해복구가 동시에 완료될 수 있도록 2005년 광업법을 개정한 이래 첫 사업으로 라푸라푸 광산을 꼽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라푸라푸 광산에 대한 광해관리 컨설팅 사업을 수주해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공단은 이 사업에서 광물찌꺼기 적치장 조성, 수질정화시설 설치 등 광해관리사업 전 분야에 대한 세부설계 및 기술을 지원한다. 아울러 국내 광해관리전문기업을 참여시켜 중소기업의 역량강화와 동반성장,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신흥 자원부국들의 환경 인식이 높아지면서 광해관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시장규모가 연 9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종전에는 광해관리가 광업이나 환경산업의 하부 분야로 저평가됐으나, 자원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시장 팽창이 기대되고 있다.
몇몇 자원부국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몽골은 광해실태조사와 광해정보화시스템 구축, 바가누르 석탄광 광해복구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베트남은 데오나이 광산 폐석장 안정화 및 식생복구 사업 등을 완료했다. 태국은 5월 중앙정부가 자체사업비를 들여 처음으로 매모(Mae Moh)광산 광해복구 기술컨설팅 사업에 착수했다.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구리광산인 마무트 광산의 광산배수 처리시설 설치 등 대규모 광해복구사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인도,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도 자국 광산에 대한 광해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공단의 사업노하우가 축적된 한국형 광해관리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광해관리시장은 잠재력에 비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시장이지만, 그린오션(Green Ocean)으로서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특히 광해관리는 광업과 환경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생겨난 융합산업이자 창조경제의 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광해관리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 상품화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 자원개발 기업의 해외진출 등 연관 사업을 활성화시켜 더욱 큰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광해를 복구사업의 특성상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필리핀 라푸라푸 광산의 기술컨설팅 수주 사례는 한국형 광해관리모델의 시장 선점과 해외 광해관리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주변 동남아 국가의 광해관리 정책 수립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제2, 제3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한 발판은 이미 마련돼 있다. 공단은 설립 이래 몽골,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 18개국 45개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또한 한국형 광해관리모델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기술협력사업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광해관리분야 국가표준 제정, 국제표준화기구(ISO) 광해관리소위원회 간사국 선임 등 한국형 광해관리모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전개 중이다. 광해관리가 해외시장진출, 일자리창출,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보이며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인정받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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