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그리드(grid)’는 전기나 가스의 공급망을 뜻한다. 거기에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뜻을 가진 ‘스마트(smart)’가 결합되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의미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전력 공급과정은 ‘발전소-송전소-배전소-소비자’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런 흐름에선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인한 전력 낭비가 매우 컸다.
▦ 스마트 그리드 체제에선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통신망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다. 전력의 사용 및 필요 여부 같은 소비자의 수요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ㆍ배전소와 발전소의 모니터에 나타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공급이 조정된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의 개념은 비단 적정 전력의 송ㆍ배전에만 있지 않다. 사실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개념은 일방적 송ㆍ배전을 넘어 소비자가 생산하거나 쓰고 남은 전력을 다른 소비자, 또는 송ㆍ배전소, 발전소에 되팔 수 있다는데 있다.
▦ 기존 전력망에선 ‘소비자가 생산하거나 쓰고 남은 전력’이라는 개념이 비교적 낯설다. 하지만 지금도 태양열 발전 시설을 갖춘 일부 가구에선 자체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더 많은 소비자와 사업자들이 풍력 조력 등 친환경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잉여 전력을 유통시킬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그리드 체제가 구축되면 기존 전력단자 개념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즉, 일방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창구에서 거꾸로 소비자가 가진 전력을 내다 파는 양방향 창구로 바뀌는 것이다.
▦ 제주도는 특유의 입지와 환경을 활용해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 그리드 체제 개발에 앞장 서왔다. 그 흐름을 맞춰 현지에서 전기차 상용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김대환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사장은 지난해 “전기차와 스마트 그리드가 결합하면 충전 문제는 금방 해결된다. 쉽게 말해 서울 시내 프라자호텔이건, 이마트건 어디서나 전기차 충전은 물론 시세를 보고 자기 차에 남은 전력을 팔 수도 있게 된다. 곧 그런 세상이 온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말대로 이마트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됐다. 생각을 앞질러 가는 현실의 변화를 새삼 느낀다.
장인철 논설위원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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