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환경협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2차 당사국 총회가 오늘부터 다음달 17일까지 194개국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강원 평창에서 열린다.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막을 올리는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대회기간 중인 다음달 12일 발효되는 나고야의정서다.
2010년 일본 나고야 총회에서 채택된 이 의정서는 미생물과 동식물 등 생물자원의 국제적 이용 절차와 그 이용으로 얻는 이익 배분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는 나라는 사전에 자원제공 국가에 계획을 통보해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 이용에 따른 이익을 사전 합의된 계약에 따라 자원수출국과 나눠야 한다. 이미 50개국이 비준해 다음달 12일부터 공식 발효에 들어가면 동식물 유전자원으로부터 원료물질을 추출해 만든 제약이나 화장품, 건강식품, 바이오농업 등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앞으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약품이나 화장품 등을 만들 경우 일종의 로얄티처럼 비용지불이 보편화할 전망이다.
생물자원의 70%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나고야의정서가 산업 전반에 온실가스 감축 못지 않게 새로운 비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바이오산업계만 내년에 최대 639억원의 추가비용이 생기고, 산업계 전체로는 연간 최대 5,000억원의 추가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의정서 비준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측면이 있다. 생물자원에 관한 한 대부분의 경우 한국은 원산지국이 아니어서 로열티를 내야 하는 입장인데다, 생물자원을 주로 수입해 오는 중국 및 동남아국가 대다수가 아직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당장 큰 영향이 없다는 안이한 인식이 작용했다. 한국이 이번 당사국 총회 개최국임에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것도 의정서 비준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나고야의정서는 아직 협상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고, 어차피 가입할 것이라면 조속히 비준을 마무리해 당사국으로 주도적 협상에 참가해 국내 상황에 유리하게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또 개별 기업이나 업계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국내 고유생물 종 확보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10만여종의 생물자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서두르고 그 결과를 활용하기 쉽게 체계화해야 한다. 이는 국내 토종자원의 해외유출을 막고 생물주권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아울러 중국 등 주요 생물자원 수출국과의 협력관계를 다져 상황변화에 대비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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