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정성철 소방관 아들 1인시위
“목숨 걸고 현장에 나가는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 국민 안전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7월 17일 전남 진도 세월호 참사 현장에 헬기 수색 지원을 나갔다가 추락 사고로 숨진 강원도소방본부 소방항공대 고 정성철(52) 소방령의 외동 아들 비담(24·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2학년)씨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틀째 1인 시위를 벌였다. 비담씨는 아버지의 소방정복 상의를 걸친 모습이었다. 정복 위에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은색 명찰이 빛났다.
고인은 육군 준위를 거쳐 소방에 입문한 비행경력 5,300여시간의 베테랑 조종사였다. 팀 화합을 위해 등산모임을 챙기던 소방항공대의 맏형이었던 그는 추락 당시 아파트와 학교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비담씨는 “춘천에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광주에서 사고를 당하셨다. 지방직 소방관을 전국으로 보내 쓰려면 국가직으로 전환해줘야 옳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이 소방방재청과 시ㆍ도지사의 이중적인 지휘를 받아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무여건도 해소되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아버지에게 수 차례 들어오던 말이기도 하다. “감기 몸살에도 수색지원을 나가셨던 아버지인데, 헬기 조종장갑도 지급받지 못해 아웃도어 매장에서 10만원을 주고 사서 쓰셨죠.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으로 소방관 대부분이 방호복, 부츠 등 장비를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실정입니다.” 소방공무원은 소방방재청 소속 국가직(300여명)과 시ㆍ도 소속 지방공무원(4만여명)으로 이원화돼 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커 이 자리에 서기까지 70여일이 걸렸다는 비담씨는 매주 주말마다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사고로 크게 다친 모습으로 꿈에 나타나셨던 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아팠는데 요즘에는 환하고 건강한 모습입니다.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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