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대 소송 취하… KB 등기이사직도 사퇴
전방위 퇴진 압박에도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임 전 회장이 KB금융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KB사태는 일단락됐다. 후임 회장 인선 등 정상화 조치도 한층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회장은 28일 법무대리인을 통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표이사 직무정지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및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모두 취하한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직을 박탈당한 데 이어 등기이사 직에서도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이날 법무대리인이 공개한 ‘소 취하의 변’에서 임 전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그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명예회복을 위해 법정 다툼도 불사했던 임 전 회장은 소송에 따른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7일 KB금융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되면서 대표이사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설령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더라도 대표이사직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처분신청에 따른 심문기일은 29일로 잡혀 있었다.
등기이사로 복귀하더라도 ‘시한부 이사’에 불과하다는 점도 임 전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KB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차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해임’ 안건을 상정하게 되면 임 전 회장은 본안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사실상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과 특별한 상의 없이 스스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된 만큼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 중징계 확정에 따라 앞으로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늦었지만 임 전 회장이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제 모든 걸림돌이 없어진 만큼 사태 수습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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