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를 눈감아달라며 쓴 각서에도 법적 효력이 있었다.
MBC 김주하(41) 아나운서가 바람을 피우다 걸린 남편이 쓴 각서를 근거로 약속한 돈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28일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부장 염기창)는 19일 김주하 아나운서와 그의 부모가 남편 강모(43)씨를 상대로 각서에 따라 3억 2,7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각서는 2009년 8월 19일에 작성됐다. 남편 강씨는 외도 사실을 아내에게 들킨 뒤 불륜녀에게 건넨 선물과 전세금, 생활비(1억 4,700만원)를 비롯해 장인ㆍ장모에게서 받은 1억 8,000만원 등 총 3억 2,700여 만원을 2009년 8월 24일까지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를 썼다. 각서에는 월급과 보너스를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 쓰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강씨 변호인은 “해당 각서는 실제로 돈을 지급할 의사 없이 조건 없는 사과와 향후 가정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김씨가 작성해 온 문서에 공증만 받았다”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강씨 측은 지급기일로부터 4년 이상 지나도록 약정이 이행되지 않은 채 원만한 혼인생활을 계속했기에 약정은 묵시적인 합의로 해제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증 각서에 강씨가 지급할 돈을 산정한 내역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고 그 금액이 과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강씨가 공증인 사무소에 직접 출석해 공증받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약정금 지급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들 부부는 약정금 청구 소송과 별개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강씨는 부부싸움 도중에 김 아나운서를 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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