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 정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 자격 제한 등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들이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 지역의 점거에 나섰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廷)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28일 새벽1시38분 홍콩 정부 청사 옆 타마르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센트럴을 점령하라 운동을 정식으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고 명보(明報)가 전했다. 그는 “우선 정부 청사부터 점령하라”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 ‘항명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이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한 뒤 타미르 공원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즉각 봉쇄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해산할 것을 경고하며 이날 오후2시 현재 78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경찰 4명, 공무원 11명을 비롯 모두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탄에 대비, 방독면과 물안경을 끼고 비옷을 입은 채 길바닥에 연좌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은 이날 시위 현장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시민단체들은 전날 밤 열린 집회에 5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지난 22일부터 동맹 휴업에 돌입한 대학생뿐 아니라 26일부터 수업 거부 운동에 동참한 중고교생들도 참여했다. 매체들은 집회에 참여한 중고교생을 1,000~3,000명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 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홍콩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시민단체들은 선거안이 반중(反中) 성향 인사의 출마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내달 1일 대규모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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