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처음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방미 기간과 힌두교 단식 기간이 겹쳐 미국서 식사를 하지 않고 교리상 가장 엄격한 수준을 지켜 물만 마실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총리는 26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29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30일에는 국무부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점심을 함께할 예정이다. 다만 모디 총리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9일간 지속되는‘나브라트리’기간에 맞춰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라 이들과 실제로 식사를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나브라트리는 힌두교가 두르가 여신을 기리고 가을이 오는 것을 반기는 축제 기간으로 ‘아흐레 간의 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기간 힌두교 신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보통 과일만 먹거나 고기를 피하거나 하루 한 끼만 먹는 등 단식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엄격한 힌두교 신자로 수십년간 이 기간 물만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012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나는 35년간 나브라트리 때 단식을 해 왔으며, 이 기간은 나에게 힘과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를 쓴 저자 무코패디야이는 “금식은 모디 총리에게 내면으로의 여행 기간”이라면서 “그는 나브라트리 기간을 미국에 자신이 얼마나 내적으로 강한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모디 총리가 29일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에서는 만남의 중요성을 고려해 약간의 과일과 음료 등을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9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찬은 양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 만찬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실무 만찬에서 모디 총리나 다른 참석자들이 종교나 문화적 의식을 준수해 먹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전에도 전세계 정상들의 입맛과 식이요법에 맞춰 코셔(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든) 음식 등을 준비한 바 있다고 WP는 전했다. 월터 셰입 전 백악관 주방장은 “백악관이 모디 총리의 모든 욕구가 만족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디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을 미국과 인도 간 관계 발전에 재시동을 걸 기회로 삼고 있다. 두 나라의 정상은 경제ㆍ안보ㆍ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1,000억 달러(약 104조원) 규모인 양국 교역량을 5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자력, 태양광, 셰일가스 등 에너지 분야도 주된 의제로 거론돼 인도가 미국의 진출로 만성적 에너지 부족 상태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나아가 양국은 무기 수출을 포함한 안보 분야 협력 및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시리아 상황 등과 관련한 협력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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