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부가 개모차를 모는 이유는

입력
2014.09.28 13:09
0 0
노령견이나 걷기 힘든 반려견들을 위해 출시되고 있는 개모차.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령견이나 걷기 힘든 반려견들을 위해 출시되고 있는 개모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려견 꿀꿀(11세·시츄)이가 지난 8월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 이상으로 오른쪽 뒷다리를 절게 되자 산책이 힘들어졌습니다. 병원에선 언덕을 오르내리는 게 다리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평평한 곳만 조금씩 걷게 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요. 원래 반려견들이 밥보다 좋아하는 게 산책인데다 운동을 하던 습관이 있어서 답답해 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러던 차 개모차(개가 타는 유모차)를 태우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고심 끝에 개모차를 구입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산책하면서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보지도 못했지만 보고 나서도 “참 유별나다”고 했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개모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된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사정이 있었겠구나 싶은데요.

얼마 전 서울 남산에 개모차를 끌고 갔는데 산책을 나온 이후 지나가는 사람들과 가장 많이 대화한 날이 아닐까 했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꿀꿀이에게 “넌 진짜 호강한다” 였습니다. 또 개모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어디서 샀냐,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도 끊이지 않았고요. “강아지 다리가 아파서 구매했다”고 하자 “우리 강아지도 다리가 아프다” “걷기 힘들다”며 공감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동네 산책 길에서는 자기도 개모차를 몰아보고 싶다며 밀어보는 사람까지 있었는데요. 이렇게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 “개를 유모차에?”라며 유별나다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리가 아프다’고 써서 붙이고 다니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개모차에 관심을 갖고 말을 건다는 건 그만큼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도 많아졌고, 또 수의학도 발달하고 반려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평균 수명도 늘어 보통 8세 이상인 노령견도 그만큼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점이 제품 개발에도 반영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오픈마켓 옥션에 확인하니 노령견의 야외 외출 시 필수품(?)이 된 유모차는 이달 들어 판매량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55% 늘었고, 30만원 안팎의 고가 제품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령견을 위한 키 낮은 식기와 정수기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고요. 노령견 사료의 매출도 같은 기간 25%나 늘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제 개모차 속 꿀꿀이는 너무 당연한 듯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풍경을 즐기며 산책을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개모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을 너무 유별나게 보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또 강아지를 위한 어떤 제품들이 등장하게 될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