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안 하는 교수들 많아 학점 관리에 어려움 호소
달랑 과목명만 있는 강의도… 학교는 뒤늦게 "방안 마련"
“수강신청이 끝난 지 2주가 지나도록 강의계획서가 안 올라왔다. 무슨 내용을 배우는지도 모르고 강의를 선택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서울대라는 오만에 젖어 교수들이 학생들의 권리에 대해 손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학교를 공짜로 다니는 것도 아닌데 화가 난다.”(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 A씨)
서울대 학생들이 수강신청 기간에 강의계획서를 제공하지 않는 교수가 많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이런 강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의계획서는 수업 방식, 교재 등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줘 강의 선택 시 요긴하게 쓰이는 정보로, 수강신청을 받기 1주일 전에는 공지하는 것이 관행이다.
26일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지난해 8월, 올해 2월 졸업예정자 1,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강신청’은 ‘수업 및 학업지원 만족도’ 분야 12개 항목 중 끝에서 두 번째에 머물렀다. 5점 만점에 2.81점을 받았는데, 이는 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평균 만족도(3.51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학생들은 강의계획서가 없어 학점 관리를 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철학과 3학년 이모씨는 “아무런 정보 없이 수업에 들어가면 실망을 할 때가 많고 자연스럽게 흥미도 떨어져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다”면서 “졸업 전 꼭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인 경우라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과 홍모씨도 “교수 이름조차 없이 과목명만 적혀 있는 강의도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졸업이 늦춰지는 학생도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수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양사학과 4학년 김모씨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공과목 10개 중 3개꼴로 강의계획서가 없었다”며 “하지만 학점이 깎이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전공과목 담당 교수를 계속 만나야 하기 때문에 대놓고 항의하는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본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개선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수강신청 기간에 강의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생들이 강의계획서 때문에 이렇게 큰 고충을 겪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며 “각 단과대학과 협의해 강의계획서 없이는 수업을 개설할 수 없게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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