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5·기아차 20·모비스 25% 10조5500억 인수대금 분담키로
"합당한 금액·미래 가치" 거듭 강조, 시장 반응은 싸늘 주가 하락세
낙찰자 결정 후 뒷말이 무성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 매매계약이 26일 체결됐다. 매수자인 현대차그룹 3사는 이사회를 열어 입찰가 10조5,500억원이 합당한 금액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현대자동차ㆍ기아자동차ㆍ현대모비스 컨소시엄과 한전은 이날 오후 한전 본사에서 부지 7만9,342㎡에 대한 매매계약서에 서명했다. 가라앉지 않는 논란을 의식한 듯 매매계약은 별도의 행사 없이 양측 실무진만 참석한 가운데 신속하게 이뤄졌다. 매매대금은 현대차그룹이 입찰 때 써낸 10조5,5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은 감정가 3조3,346억원보다 3.2배나 많은 입찰가로 삼성전자를 누르고 지난 18일 한전 부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날 현대차그룹 3사는 입찰보증금 9,999억9,999만9,999원을 포함해 매매대금의 10%인 1조550억원을 한전에 계약 보증금으로 전달했다. 나머지 9조4,950억원은 내년 1월 25일, 5월 25일, 9월 25일에 나눠서 내기로 했다.
계약체결에 앞서 이날 오전 3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입찰가 산정 근거와 자금여력, 미래가치 창출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사회는 이를 검토한 뒤 입찰 결과가 반영된 한전 부지 인수계약을 최종 의결했다. 3사의 인수대금 분담비율은 현대차 55%(5조8,025억원), 기아차 20%(2조1천100억원), 현대모비스 25%(2조6,375억원)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협의해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전 본사 터에 통합 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와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세울 계획이다. 땅값에다 토지 취득세, 건축비, 각종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체 사업비는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의 미래를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돈을 주고 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 의사록 열람권을 신청하는 등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자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인 대응태세로 전환했다. 계약체결 전 이사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사는 지난 17일 한전부지 인수 입찰 참가 승인을 위해 열린 이사회에서 “낙찰 시 주요 입찰 조건들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보고했다. 다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매매계약을 승인하면 정당성이 강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절차를 다 거쳤기 때문에 배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금액만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보다는 앞으로 창출될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주가 하락세는 여전하다. 부지 고가매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떨어지기 시작한 현대차 주가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날도 전날보다 2,500원 하락한 18만7,000원에 마감됐다. 지난 19일 일시적으로 0.92% 반등했던 기아차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현대모비스만 바닥을 찍고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3사의 보통주 시가총액은 한전 부지 낙찰 전날인 17일 99조956억원에서 지난 25일 88조655억원으로 11조301억원이나 줄어들었다. 6거래일간 날아간 시가총액이 한전 부지 땅값보다 더 많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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