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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슴도치인데 뾰족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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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슴도치인데 뾰족하면 안 돼요?

입력
2014.09.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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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경 글ㆍ그림

문학동네 발행ㆍ60쪽ㆍ1만2,000원

자기다움 찾는 익살스런 과정 속 어른들도 반성하며 읽는 그림책

뾰족한 가시를 부드럽게 다듬을 것. 날카로운 것은 일절 금지.

고슴도치들의 도시에서 교양 있는 시민이 지켜야 할 수칙이다. 매일 아침 가시 손질이 의무인 이 곳에 중뿔난 녀석이 있다. 가시가 삐죽 솟아 있다고 학교에서 혼이 나고 벌을 받아도 통 신경을 안 쓴다. “요호! 역시 난 멋있어”를 외칠 뿐.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금지된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꽁꽁 싸매고 자물쇠까지 채운 책을 열어보니, 뾰족한 가시로 친구들을 구한 고슴도치 영웅의 이야기다. “아흑 멋져!”“뾰족해질거야, 요호호! ”당장 뾰족 가시 만들기에 돌입한다. 훈련 방법은 갖가지다. 가시로 벽 뚫기, 무거운 짐 끌기, 선풍기 바람 앞에서 버티기 등등.

뾰족한 게 금지된 도시에서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을까. 결국 사달이 난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통쾌한 반전이 숨어 있다. 그림을 유심히 보면 처음부터 힌트가 숨어 있다. 아이들은 귀신 같이 알아채지만 글자를 읽으며 줄거리만 따라가는 어른들은 놓치고 넘어갈 수 있다.

기발하고 통쾌한 그림책이다. 사랑스럽고 익살맞은 그림에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아이들 말투를 고스란히 살린 아주 짧은 글은 유머러스하고 생기가 넘친다.

가장 자기다운 것을 찾아 나선 주인공 고슴도치의 씩씩한 도전이 어른들에게 묻는다. 왜 뾰족해선 안 되냐고. ‘교양 있게, 우아하게, 부드럽게’가 반드시 올바른 처신일까. 뾰족가시 고슴도치가 던지는 뾰족한 메시지에 어른들은 찔끔하겠다. 그림책은 글 읽는 데 서툰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 결코 아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박수를 치고, 어른들은 반성하며 함께 읽을 그림책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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