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간 협력협정의 재협상을 EU에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에게 ‘만약 우크라이나가 협력협정의 어떠한 부분이라도 이행하려 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이 친서방 성향의 국제 조직에 통합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지를 단호하게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와 EU는 지난해 11월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골자로 한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EU를 경계한 러시아의 압력을 받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꿔 불발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촉발했다. 6월 취임한 페트로 포로셴코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와의 통합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경제적 영향권 아래 두려는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푸틴은 “(최근 협상에서 협정 이행을 2016년으로 미루기로 해 남아 있는) 15개월의 유예 기간은 협정 내용을 대거 수정하기 위한 협상팀을 꾸리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와 우크라이나는 유예기간을 러시아 설득에 활용할 생각이다.
푸틴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관계에 미칠 모든 위험요소를 고려한 협력협정의 전반적 수정만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현존하는 무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우크라이나의 법을 EU의 규정에 맞도록 조절하려는 시도는 (러시아의) 보복을 정당화하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러시아는 협정 내용 중 2,400개에 달하는 관세선(tariff line)이 수정돼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EU 관리들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자국 내 외국자산을 동결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러시아 내에서 외교적 면책권이 부여된 자산을 포함한 외국 자산을 동결하고, 서방의 제재로 자산 동결 피해를 입은 러시아 국민과 회사에게는 정부 예산으로 보상해주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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