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국 공관서 테러 의심전화, 반경 300m 2시간 넘게 폭발물 수색
이라크 총리·뉴욕 경찰 최고 책임자 보복 테러 가능성 인정에 공포 고조
미국이 이슬람국가(IS) 반군의 시리아 기지에 대한 첫 공습을 단행한 직후인 23일 오후 한때 워싱턴 메사추세츠 애비뉴의 주미 한국대사관 반경 300m 구역이 폭발물 테러 위협으로 봉쇄됐던 사실이 26일 뒤늦게 확인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낮 1시30분께를 전후로 쉐리든서클과 터키 대사관 사이 600m 구간에 대해 차량 및 보행자 출입이 통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사관 주변 외국 공관에서 폭발물 테러 의심전화가 걸려와 미국 보안당국이 2시간 넘게 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대사관 직원의 출입도 통제됐다”고 덧붙였다.
IS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습 강도가 높아지면서, 폭탄테러 의심 신고가 급증하는 등 IS의 보복 테러 가능성에 대한 미국 내부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 십여 외국 공관이 밀집한 미국 수도 중심가가 봉쇄된 것은 물론이고, 24일에는 미국 3대 공항 중 하나인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도 폭발물 오인 소송으로 한동안 마비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공항청사 탑승 수속 카운터에 주인 없는 가방이 발견되고 폭발물 처리반이 정밀 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2시간 가까이 공항 업무가 중단돼 항공기 연착이 잇따랐다.
IS의 보복 테러 공포는 25일 이라크 총리와 뉴욕 경찰 최고책임자가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뒤 더욱 고조됐다. CNN 방송과 AP 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신임 총리는 이날 “생포된 IS 요원들로부터 프랑스 파리와 미국의 지하철을 공격하려는 테러 네트워크 계획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프랑스 등 IS에 합류한 서방 외국인 요원들이 테러를 감행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련 첩보가 믿을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미국과 프랑스 당국에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알아바디 총리 발언에 대해 미 백악관은 “그런 테러 계획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으나, 뉴욕 경찰은 발생 가능성을 인정하고 즉각 대응 태세를 높였다. 뉴욕에서는 이날 오후 퇴근 시간대에 통근자와 여행자로 붐비는 주요 지하철 역과 버스 터미널에 중무장한 대테러 요원이 추가 배치되는 등 경찰 순찰이 강화됐다. 또 곳곳에 폭발물이 담긴 가방을 찾아내기 위한 검색대가 마련됐으며 폭발물 탐지견도 배치됐다. 야구스타 데릭 지터가 은퇴 전 마지막 홈경기를 치르게 될 양키스타디움의 보안도 한층 강화됐다.
뉴욕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한 한인교포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맨해튼이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한 주재원도 “유엔총회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맨해튼에 몰려든 것도 솔직히 별로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이 시리아 공습 직전(21일) 지역 언론 기고문에서 뉴욕에 대한 IS의 테러 가능성을 인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브래튼 국장은 데일리뉴스에 게재한 ‘내부의 테러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일부에서는 IS가 테러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과 동맹국이 시리아까지 공격하기로 한 만큼 IS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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