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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 오늘도 구할 수 없습니다

입력
2014.09.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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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ㆍ정환봉 지음

북콤마 발행ㆍ272쪽ㆍ1만4,000원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 딸린 반지하 방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이 담긴 봉투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두번 적혀 있었다.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한다며 전국소외계층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여당과 야당이 세모녀방지법의 입법화를 앞다퉈 약속했다. 그리고 7개월, 무엇이 달라졌는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과 정환봉 한겨레 기자가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는 이 사건이 ‘화장실 세 남매’사건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2011년 4월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세 남매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복지소외계층전국일제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특별조사 결과 2014년 3월에는 7만4,000여명이 복지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그들 중 기초생활수급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이는 6,700여명에 불과했다.

'송파 세 모녀'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며 봉투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송파 세 모녀'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며 봉투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의 현행 복지제도가 수급 신청자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거르며 지출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책은 한국 복지제도의 ‘신청주의’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부양의무자ㆍ소득인정액 기준이 수많은 수급 신청자들을 좌절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급 대상자였던 20대 청년 열 명이 모여 수급자로서 느꼈던 모멸감을 털어놓는다. 부양의무자가 연락이 되지 않거나 부양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로부터 관계단절확인서를 받아와야 한다. 수급 대상자가 되기 위해 한 가족이 어쩔 수 없이 둘로 갈라지거나 연락을 끊고 떨어져 사는 경우도 있다. “놀면서 기초생활 수급비만 타먹는다”는 복지 수급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이들이 넘어야 하는 무형의 장벽이다.

책은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봉투의 “죄송합니다”라는 글에서 한국의 빈곤층이 느끼는 수치심을 읽는다. 가난이 스스로의 잘못이 아님에도 이들이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은 가혹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한국은 언젠가 또 다른 송파 세 모녀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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