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세탁장 자원봉사자들, 밤 늦게까지 '가장 고된 일' 담당
"건조 2번 등 요구 까다롭지만 고맙다는 한마디에 피로 말끔"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선수와 관람객들로 가득 찬 경기장과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이는 메인프레스센터보다 더 분주한 곳은 구월아시아드선수촌의 공동세탁장이다.
25일 오후 몽골, 바레인, 중국 등 16개국 선수들이 묵는 선수촌 B-2블록 바깥 바라메 공동세탁장에선 세탁기 100대가 1분도 쉬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세탁물을 접수하고 개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세탁물을 세탁망에 담아 주인들에게 돌려주는 일도 자원봉사자들 몫이다. 자원봉사자 이선자(61·여)씨는 “오후 1시 40분쯤 출근해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오후 10시가 넘도록 일한다”며 “오후조 자원봉사자가 처음에는 9명이었는데 못 버티고 하나 둘 그만둬 지금은 6명 밖에 없을 정도로 일이 힘들지만 그래서 더 보람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은 1만3,5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현장 곳곳에서 행사 진행, 수송, 통역 등 궂은 일을 도맡는다. 이중 가장 고된 일로 꼽히는 게 세탁물 관리다. 세탁장 운영시간은 오전 8시~오후 9시이지만 경기와 훈련이 지친 선수들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줄을 서 기다려 더 일찍 문을 열고 더 늦게 닫고 있다. 특히 저녁시간에는 선수들이 몰려들어 자원봉사자들이 끼니를 못 챙기는 일이 다반사다. 세탁기가 쉴새 없이 돌아가며 내뿜는 열기로 인해 세탁장은 한증막과 다름 없다. 세탁물이 뒤바뀔 경우 선수들이 유니폼이 없어 시합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인천시에서 파견 나온 권병대(52)씨는 “아직까지 세탁물이 바뀌어 찾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며 “세탁물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선수들이 항의한다. 건조를 2번씩 해달라는 등 요구조건도 까다로운 편이라 모두가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장은 선수촌 블록마다 하나씩 모두 3곳이 있다. 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인 물범 삼남매 이름을 딴 비추온, 바라메, 추므로 세탁장을 찾는 선수만 하루 3,000여명이다. 이들이 내놓는 트레이닝복과 경기복 등을 자원봉사자 51명과 파견 직원들이 모두 세탁하는 것이다. 비추온 세탁장의 경우 배종인(68)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와 파견 직원 등 32명이 선수 5,800명을 담당한다. 일이 고되다 보니 세탁장이 문을 연 5일 62명이었던 자원봉사자들은 개막식이 열린 다음날인 20일 44명까지 줄었다. 현재 인원은 남은 자원봉사자들이 지인을 데려오거나 다른 자원봉사자로 대체해 그나마 충원한 숫자다. 인천시 이경희 담당관은 “자원봉사자들이 하루에 세탁기 300대로 선수들 3,000여명을 상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이씨는 “‘고맙다’는 선수들의 인사로 피로를 잊는다”며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다음달 개막하는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이 일하기로 이미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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