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어디냐...엔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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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어디냐...엔저 공포

입력
2014.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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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가파르게 하락... 엔·달러 환율 110엔 눈앞

원·엔 환율도 6년 만에 최저...한국 수출업계·유통가 아우성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는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다. 주력 수출품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겹치는 상황에서 엔저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위협 요인. 한동안 달러당 100엔대에 머물던 엔화 가치가 어느덧 110엔대까지 위협하면서 일각에서는 130~140엔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급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기술고도화, 내수시장 활성화 같은 근본 구조개선은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 3면 관련기사 보기

25일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9.2엔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29일(109.51엔) 이후 가장 높은 수준(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까지 치솟았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100엔 돌파 이후 상당 기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엔대를 조만간 돌파할 기세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와 엔화의 비교 환율인 원ㆍ엔 환율(오후 3시 기준) 역시 전날보다 2.44원 내린 955.02원을 기록, 2008년 8월 20일(954.95원)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불과 두 달 전(7월 18일 101.17엔)만 해도 100엔대 초반에 머물던 엔ㆍ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린 현상. 미국 경기가 호전세를 이어가는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가 떨어지며 추가적인 돈 풀기가 유력시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국가신용등급 상향 전망 등 외형상 양호한 한국의 경제상황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아주면서 달러화를 사이에 둔 원화와 엔화의 가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화 흐름에 민감한 수출업계와 유통가는 아우성이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올 들어 엔저에 힘입은 도요타와 닛산의 파격적인 판매수당 인상 조치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7월 8.3%에서 지난달 7.9%로 떨어졌다. 일본 관광객이 점령했던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 네이처 리퍼블릭 관계자는 “예전엔 마스크팩을 수십장씩 쓸어가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고작 2,3장 밖에 안 사간다”고 전했다. 유명 호텔의 일본 투숙객 비중은 물론, 화훼ㆍ파프리카ㆍ광어 등 인기품목의 대일 수출액도 줄줄이 반토막 나고 있다.

향후 엔저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지만 대비책도 마땅치 않은 상황. 일각에서는 달러화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역사적인 3차 강세기에 들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지만 정부의 환율 방어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단기 대책들은 모두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엔저 장기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수출증가율 급락, 기업이익 악화 등 경제 전반의 충격이 커져 자칫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 상황을 다시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엔화 약세로 달러-엔 환율이 1달러 당 110엔을 눈 앞에 두고 엔-원 환율도 950원 선이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상 안내판에 달러가 1040원, 엔화가 953원으로 써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