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일자 개회 전 '국정 우선' 삭제
학부모 발제자도 뉴라이트계 선정, 보수 진보단체 욕설 오가며 몸싸움
교육부 정책연구진이 ‘문ㆍ이과 통합 교과과정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교과서는 우선 국정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토론회에서 발표하려다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을 듣겠다며 뉴라이트 계열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을 토론회 발제자로 선정해 논란을 키웠다.
25일 교육부 정책연구진 주최로 서울교대에서 열린 ‘문ㆍ이과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연구책임을 맡은 김국현 교원대 교수는 “이념이나 가치가 연관된 교과목은 검정을 3단계로 강화하고, 국정으로 발행할 경우 1종이 아닌 2~3종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나 통합사회 등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과목 교과서에 대해 검정과 국정 방식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앞서 교육부가 밝힌 발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교육과정 개편 배경설명에서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고등학교의 통합교과목으로 개정이 예상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우선 국정교과서로 발행해 교육과정의 목표와 취지를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첫 통합 교과목으로 개정되는 만큼 우선 국정교과서로 발행하는 것이 맞고 이후 교육과정 개편 때 검정으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야권과 학계에서 ‘유신 시대로의 회귀적 행정’, ‘정부의 획일적인 가치관 형성 시도’ 등 비판을 쏟아내자 교육부는 김 교수의 발제문과 보도자료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채 배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진 안인데 교육부 방안으로 확정된 것처럼 알려져 연구자가 자체적으로 해당 내용을 뺐다”며 “어떤 안을 채택할지 검토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책연구진을 교육부가 선정한데다 이들의 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피려다 예상보다 반발이 거세자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함께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회에서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를 발제자로 선정한 것도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국정화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우편향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한 한국사 교과서의 재검정을 맡았던 수정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보수성향의 인물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는 "이념적 편향성과 사실 오류를 줄이는 것은 검인정 체제보다 국정체제가 더 장점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들먹이면서 (그 나라들)국정체제 한적 없다고 하는데 OECD 회원국 중 남북으로 분단되고 전쟁에 휘말린 국가 없다는 것도 염두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교과서 발행 체제를 놓고 보수ㆍ진보단체들의 격론이 벌어졌다. 전교조는 “정부와 여당이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집요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친일과 독재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대신 이를 정당화하고 미화시킴으로써 영구집권을 꿈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단체인 한국사국정화추진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토론회장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와 검정교과서 퇴출을 주장했다. 양 단체는 토론회장에서 충돌, 고성과 욕설에 몸싸움까지 벌어져 토론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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