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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노년층이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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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노년층이 무산시켰다

입력
2014.09.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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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유권자 수 1.7배 많지만 30세 전후는 찬성이 18%P 우세

65세 이상은 반대가 46%P나 많아… 세대간 갈등 구조 투표로 보여줘

지난 18일 스코틀랜드 독립투표가 부결된 것은 변화에 불안을 느끼는 장ㆍ노년층의 독립에 대한 거부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됐다.

투표는 16세 이상인 전체 유권자 428만3,392명 가운데 84.6%가 참가해 독립 찬성표가 161만7,989표(45%), 반대표가 200만1,926표(55%)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약 38만표 차이로 반대가 앞섰다.

투표는 일찌감치 세대간 갈등 구도였다. 스코틀랜드 사회가 변화의 돌파구를 찾기를 원하는 젊은 층들은 독립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나이든 사람들은 현상유지를 바라는 쪽이었다. 이번 투표에는 출구조사가 없었다. 하지만 투표 당일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마이클 애슈크로프트가 실시한 전화ㆍ인터넷 조사가 이런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애슈크로프트 의원실은 투표 직후 2,047명을 대상으로 찬반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 물었다. 16세 이상 55세 미만 연령에서는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결 같이 독립 찬성이 많았다. 반대로 55세 이상 장ㆍ노년층에서는 독립 반대가 월등히 우세했다.

연령대의 폭을 보면 독립 찬성 유권자의 규모가 두 배는 된다. 스코틀랜드 통계청이 집계한 연령대별 유권자 숫자를 봐도 찬성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온 연령대의 전체 유권자가 280만명, 반대쪽은 161만명으로 찬성쪽이 1.7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반대가 찬성을 10%포인트 앞섰다.

이유는 한 가지다. 노년층에서는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반해 청년과 중년층에서는 찬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독립 거부감이 젊은이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월등히 앞섰던 것이다. 찬성표가 가장 많이 나온 30세 전후 연령대에서 찬반 차이는 18%포인트였지만, 가장 반대표가 많이 나온 65세 이상은 차이가 46%포인트나 됐다. 게다가 30세 전후 유권자는 약 70만명이었지만 65세 이상은 94만명을 넘었다.

이 조사에서 독립에 반대한 사람들은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47%는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 사용, 유럽연합 가입, 경제, 일자리, 물가 등에서 치러야 할 위험이 더 크다고 불안해했다. 27%는 역사나 문화, 전통적으로 영국 연방에 애착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독립하지 않더라도 스코틀랜드 의회에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면 그것이 최선일 것으로 봤다. 독립에 찬성한 사람의 70%는 스코틀랜드 문제는 스코틀랜드에서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는 독립국가의 미래가 더 밝을 것 같아서, 나머지는 현 영국 보수당 정권이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는 이번 투표로 다시 거론되지 않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이 조사에서는 약 31%가 이번 투표로 5년 정도 문제가 잠잠할 것이라고 답했다. 24%는 한 30년 정도, 17%는 10년 남짓이었다.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는 사람은 19%뿐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무산시킨 노년 유권자 인구는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10년 뒤 다시 이슈가 돼 투표까지 간다면 그때는 이번보다 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희비가 갈리는 지지자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희비가 갈리는 지지자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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