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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자 살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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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자 살리기 나섰다

입력
2014.09.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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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 당시 철저하게 부정됐던 공자(孔子)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시 주석은 2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자 탄신 2,565주년 국제학술대회 및 국제유학연합회 제5차 총회에서 참석, “공자가 창시한 유학과 유가 사상은 중화 문명의 정수로, 중화 민족의 정신과 사유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며 “탁월한 철학과 인문정신, 교화 사상, 도덕 관념 등은 오늘의 세상을 개선하는 데도 큰 깨우침과 계시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주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출석하던 공자 탄생 기념식에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한 것은 시 주석이 처음이다. 공자 탄생 2,550주년이던 1999년에는 리루이환(李瑞環) 당시 정협 주석이, 2004년과 2009년에는 자칭린(賈慶林) 당시 정협 주석이 참석했다.

사실 공자만큼 중국 현대사에서 풍파를 겪은 역사적 인물로 드물다. 1970년대에는 공자와 유교 사상이 수모를 당했다. 당시 극좌파는 마오쩌둥의 비준 아래 공자를 변혁과 진보에 반대하고 봉건 노예제를 옹호한 인물로 철저하게 부정하며 비판하는 비공(批孔)운동을 전개했다. 전국적으로 공자의 사당과 유적이 크게 훼손됐다. 공자의 무덤이 파헤쳐진 것은 물론 비석과 동상도 파괴됐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숨지고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추진되며 공자에 대한 재평가도 시작됐다. 84년 공자기금회가 창립되고 구무(谷牧) 당시 부총리가 명예회장으로 선임됐다. 94년에는 국제유학연합회가 창설됐고 2004년에는 중국어를 학습하는 해외 외국인을 위해 ‘공자학원’까지 설치되기 시작했다. 2010년 공자평화상이 제정된 데 이어 2011년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높이 9.5m의 공자 동상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공자상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100여일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처럼 중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공자를 시 주석은 확실하게 부활시킬 요량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베이징(北京)대에서 유학의 대가인 탕이제(湯一介) 교수와 만나 “중국 전통 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큰 공헌을 했다”고 칭송했다. 이어 국가주석으론 처음으로 공자 탄생 기념 행사에 참석, 강연까지 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이러한 행보는 그의 정치적 구호인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에도 부합된다. 공자와 유학, 전통 문화를 부정한 채 중화 민족과 부흥을 얘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톈안먼의 공자상이 결국 철거된 것처럼 공자의 부활은 좌파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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