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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도 되기 전에 정치 문제로 비화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이빙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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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도 되기 전에 정치 문제로 비화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이빙벨'

입력
2014.09.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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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빙 벨'에서 이상호(오른쪽) 기자가 이종인 대표를 취재하는 장면. 시네마 달 제공
영화 '다이빙 벨'에서 이상호(오른쪽) 기자가 이종인 대표를 취재하는 장면. 시네마 달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내달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MBC 해직 기자 출신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구조 과정을 취재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재일교포 차별 등의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온 안해룡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부산 CGV센텀시티와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각각 6, 10일 상영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보름 동안 벌어졌던 다이빙벨 투입 논란을 보여주는 한편 다이빙벨 투입을 지휘하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분투 및 그에 대한 해경의 대응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인 시네마달은 “다이빙벨 투입 논란의 전말을 재구성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의문을 되짚어 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정치 공방으로 변질된 것처럼 ‘다이빙벨’ 상영도 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문화예술시민단체인 차세대문화인연대가 15일 “영화제에서 세월호 문제를 일방적 시선으로만 보여줘선 안 된다”며 상영 자제를 촉구한 데 이어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친박계 인물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24일 ‘다이빙벨’ 상영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도 “국민을 속인 한 업자의 ‘사기극’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며 상영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족의 반발도 있다. 단원고 학생ㆍ교사, 세월호 승무원을 제외한 희생자 43인의 유족으로 구성된 일반인유족대책위는 24일 “유족 입장에서 분개할 일”이라며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다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부산시로부터 ‘다이빙벨’ 상영 여부에 대해 어떠한 공식ㆍ비공식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영화를 제작한 당사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상호 기자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해 전달하는 영화일 뿐”이라며 “취재 당사자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이빙벨’ 상영 취소를 요구하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기 때문”이라지만 이 영화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영화가 어느 한 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면 안 되듯 영화제도 어느 한쪽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줄 순 없는 일이다. 영화제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 주장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영화는 수많은 정치ㆍ사회적 관점을 담고 있으며 영화제의 임무는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영화가 품은 수많은 목소리를 관객에게 전하는 것이다.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 토론토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며 상영된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특정 정치인이나 단체가 상영을 취소시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정치인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처럼 들린다. ‘다이빙벨’의 영문 제목은 ‘진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지 않도록 하겠다’다. 제작사는 “이 영화는 사실을 정리해 보여줄 뿐이며 판단은 결국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적 주장이 진실에 앞설 순 없다.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쟁은 영화제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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