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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파워의 진실

입력
2014.09.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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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검증받은 배우도 회당 관객동원 수엔

팬덤 업은 아이돌에 밀려

출연료 등 뒤틀린 관행 속 티켓파워 통계 의미 잃어

지난해 공연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는 ‘2013 골든티켓어워즈’를 통해 뮤지컬 관객동원율 1위(티켓파워상) 배우로 ‘레미제라블’의 정성화를 선정했다. ‘엘리자벳’ ‘레베카’ ‘위키드’ 등에서 열연한 옥주현은 2년 연속 여자부문 티켓파워상 수상자로 뽑혔다.

표면상으로는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뮤지컬 업계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뮤지컬 배우로 확고히 자리잡은 정성화와 옥주현의 티켓파워가 이처럼 막강하다면, 제작자들은 왜 굳이 회당 수억, 수천만원대 출연료를 지불하면서 아이돌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걸까. 기존 뮤지컬 배우들의 티켓파워가 공고하다면, 차라리 연기력을 검증 받은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더 안정적일 텐데 말이다.

이 같은 의문은 인터파크의 티켓파워상 선정기준을 보면 쉽게 풀린다. 인터파크는 별도의 심사위원 없이 1년간 사이트 내에서 판매된 순수 관객의 티켓판매매수(60%)와 온라인 관객투표(40%)를 합산해 티켓파워상을 수상한다. 인터파크의 티켓판매 독점과 그로 인한 폐단은 차치하고라도, 이 같은 선정기준으로는 정확한 티켓파워를 가늠하기 어렵다. ‘레미제라블’에서 10개월간 원캐스팅으로 열연한 정성화는 더블캐스팅으로 연기한 다른 배우에 비해 티켓판매의 절대량이 앞설 수밖에 없다. 옥주현도 한 해에 세 작품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티켓판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회당 관객동원율 평균값을 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보공개를 꺼리는 뮤지컬 업계 특유의 문화 탓에 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지만, 출연회차 당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배우는 김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김준수는 지난해 12월 인터파크 예매랭킹 부문에서 ‘디셈버’를 1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인 뮤지컬 업계에서 창작뮤지컬이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건 이례적이다. 올해 ‘드라큘라’도 김준수 출연회차는 ‘예매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표를 구하기 어려웠다. 7월 모 언론사와 인터파크 플레이DB가 뮤지컬 팬(2,9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컬 배우’에 김준수(34.4%)가 1위로 뽑혔다. 2위 조승우(16.0%)의 두 배가 넘는 득표였고 정성화는 5위권 내에도 들지 못했다.

정성화, 옥주현 등 연기력과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티켓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일지 모른다. 거대 팬덤을 믿고 ‘학예회’ 수준의 무대를 선보이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인터파크의 티켓파워상처럼 뮤지컬 업계 현실을 외면한 통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차라리 아이돌 출연회차 티켓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 뮤지컬계의 민낯을 온전히 드러낸다면, 비록 타분야 출신이라도 실력이 검증된 배우들은 인정받고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비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그것이 실력없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이 연극을 기반으로 한 배우 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챙기는 뮤지컬계의 뒤틀린 관행을 바로잡는 첫 걸음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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