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과격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타격에 동원되며 실전 신고식을 치렀다.
2006년 첫 배치된 지 8년 만에 실전에 투입된 F-22는 대당 가격이 3,600억원에 달하는 현존 최고의 전투기다. 이전 최고 기종이었던 F-15보다 항속 거리가 길고 속도도 빠르다. 약 3,200㎞의 작전 수행 능력을 지니고 있고 스마트폭탄 등 첨단무기의 탑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195대만 생산돼 미 공군에서만 187대를 운영 중인 기종으로 2011년 12월 생산이 중단됐다. 현행법상 수출도 금지된 이 귀하디 귀한 전투기를 시리아 공습에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펜스뉴스 등 미국 군사전문지에 따르면 정밀타격과 방공망 무력화 등을 위해 F-22가 동원된 것으로 분석된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장은 23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목표 지역에서 효과를 보고 싶은데다 어떤 기종이 현장 타격에 가장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출격시켰다고 밝혔다. F-22는 IS가 사실상의 수도로 사용 중인 시리아의 도시 락까에 위치한 IS의 지휘통제시설 타격에 참가했다. 메이빌 국장은 “타격 목록에 오른 대상이 많아 대상에 맞춰 (기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F-22가 정밀타격용으로 출격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F-22의 출격 목적 중 하나는 F-15와 F-16 등 다른 전투기들의 호위라는 추측도 있다. 특히 요르단 공군의 F-16은 대공 능력이 떨어져 이 기종을 호위하고 전투 능력을 보완해주기 위해 출격했다는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번 공습에 참가한 항공기들의 발진 기지와 비행 경로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요격에 나설 수 있기에 이에 대비한 동반 출격이라는 분석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추격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시리아 정부군의 러시아제 방공망은 내전 과정에서 많이 훼손됐으나 여전히 만만치 않은 최첨단 수준이라고 미 국방부는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 초기 선뜻 공습에 나서지 못한 이유도 촘촘하게 짜인 시리아 정부군의 방공망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F-22가 공습에 앞서 전자전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F-22는 정보감시정찰(ISR)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지상의 적과 목표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레이더망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등 공습에 참여한 아군에 안전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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