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10대 가수'라는 게 있었다. 연말에 방송국에서 그 해에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인기를 끈 가수 중 열 명을 선정해 가요제를 하는 것이다. 그러곤 가수왕을 선정하며 대미를 장식하곤 했다. 조용필은 거의 매해 10대 가수에 뽑혔다. 이 TV 프로그램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1년 동안 유행했던 노래를 한 자리에서 들으면서 슬펐던 기억이나 기뻤던 기억을 다시 한 번 복기하고 1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확실히 음악에는 지나간 시간의 향수가 들어 있다. 10대 가수 가요제가 또 인기를 끌었던 요인 중에는 열 명의 가수를 선발하는 기준이나 결과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대 가수라는 것이 어느 해부터인가 없어졌다. 10대 가수 가요제의 애청자였던 나는 속으로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10대 가수 가요제를 보고 10대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와중에서도 나는 늘 10대 가수에 뽑히지 못한 수많은 다른 가수들에게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10대 가수에 뽑히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지는 않을까. 정말 그렇다면 이 얼마나 우울하고 쓸쓸한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냥 10대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흥겹게 들리지는 않았다. 서열화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없어지는 것이 좋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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