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유엔서 북핵·인권 '압박'
안보리서 공식 의제 채택 기대
北 "체제 전복 기도" 강력 반발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면 우리(북한)의 참석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자성남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
“북한이 와서 뭘 하겠나. ‘깽판’밖에 더 놓지 않겠나.”(외교부 관계자)
아침 기온이 10도까지 떨어진 23일 오전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미국, 북한이 인권문제를 놓고 열전에 가까운 신경전을 벌였다. ‘인권문제’ 프레임에 걸리면 국제사회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걸 직감한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장관 등은 유엔본부와 인접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의 인권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6면
케리 장관은 탈북자 신동혁씨로부터 북한 인권 참상과 관련한 증언을 듣고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폐쇄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진정 인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 및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미일 외교수장과 함께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표와 유엔 집행위 고위당국자 등이 참석했다. 윤 장관과 케리 장관은 회의 직전 따로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 인권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합의했다.
유엔총회 기간 중 북한 인권을 다루는 고위급 회의가 사상 처음 열리고 회의 참가국이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놓음에 따라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주문이 담긴 대북 인권결의안의 채택이 확실시된다. 또 한미일 3국은 기존 북핵 이슈와 함께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투 트랙’ 전략을 향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주변에서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영구적인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8년 전 첫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유엔 차원의 공식조사를 이끌어 낸 미국의 제러드 겐서 변호사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면 안보리 영구 의제 채택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리 의제 채택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염두에 둔 것이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실익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압박 일변도로 가기에는 남북관계 경색이나 북한 억류 미국인 신변 안전 등도 걸림돌이다.
고위급 회의 내용이 알려진 직후 북한은 자체 제작한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 등을 근거로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한국과 미국이 주도한 이번 회의를 “체제 전복기도”로 몰아세웠다. 북한은 27일로 예정된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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