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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패 수렁에서 건져낸 삶…인생 2막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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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패 수렁에서 건져낸 삶…인생 2막 행복해요

입력
2014.09.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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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천재 권투소년 명성도 잠시

알코올 중독자 전락에 자살 기도까지

트레이너로 새 삶, 명강사로 억대연봉

18년 금주... 건강 관련 저서도 펴내

이희성 강사가 22일 경기 의왕시 자택에서 각종 트로피를 앞에 두고 1982년 신인왕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이희성 강사가 22일 경기 의왕시 자택에서 각종 트로피를 앞에 두고 1982년 신인왕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국내 1호 ‘컨디션 트레이너’ 이희성(50) 강사는 22일 자신의 삶을 “끝에서 끝까지 모두 맛본 삶”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나이에 ‘천재 복서’로 불리며 주목 받았지만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두 차례나 자살을 기도했다. 이후 재기 불능의 알코올 중독자에서 억대 연봉의 강사가 되기까지 롤러코스터 보다 더한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1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천재 권투 선수가 탄생했다. 약관의 이희성(당시 18세) 선수. 프로 데뷔 5개월 만에 신인 선수권 대회(페더급)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다시 4개월 만에 당시 세계 정상급이었던 태국의 산삭디 무왕수림 선수에게 6회 KO승을 거뒀다. 그가 거둔 8승 가운데 5승이 KO승일 정도로 파이팅이 넘쳤고 쇼맨십도 강해 인기가 많았다. 대전료는 100만원 가량. 당시 대졸 초임이 18만원이던 시절이었으니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4개월 후인 83년 3월 마산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이희성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안정권 선수에게 3라운드 KO패 했다. 특히 권투 선수에게 치욕으로 여겨지는 ‘타월 던지기’까지 당했다. “세계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칭찬에 무리하게 훈련한 것이 독이 됐다. 허리 디스크 관절염이 찾아왔고 경기 열흘 전에는 담까지 심하게 걸렸다. 이뇨제까지 먹으면서 훈련했지만, 링 위에서는 팔을 제대로 뻗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절망에서 기댄 건 술뿐이었고 곧 알코올 중독이라는 늪에 빠져들었다. 매일 25도 짜리 소주를 5병씩 마신 뒤 주변 사람들과 싸우기 일쑤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87년 10월 천호대교에서 뛰어 내렸지만 천운으로 살았다. 89년에는 수면제 20여알을 사 인천 강화도의 야산에 올라가 한 입에 털어 넣었지만 알고 보니 소화제였다. 다량의 수면제는 찾는 젊은이를 이상하게 여긴 약사가 수면제 대신 소화제를 줬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작은 기회가 찾아왔다. 91년 주변의 권유로 운동공학 피지컬 트레이너 자격증을 획득한 것. 이후 모교(서울 영동고) 후배들을 찾아 무료 트레이닝(자세 교정 및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아무 연고도 없는 연세대 야구부 문을 두드렸다. 권투선수 시절 노하우에다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습득한 지식, 타고난 트레이닝 감각이 어우러져 금세 주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우생순으로 유명한 국가대표 핸드볼 팀과 영화배우 축구팀 ‘아리랑’에서도 회원들에게 트레이닝을 제공했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배우들이 ‘트레이닝 강의’를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2000년부터 ‘건강 스트레칭’이란 이름의 강의를 본격 시작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경험을 토대로 단순하고 재미있게 건강법을 가르쳤다. 그의 이름은 금세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과 언론사는 물론 청와대 및 관공서에서 앞다퉈 강의를 요청했다. 2006년에는 교육부 주관 ‘명강사’로 위촉됐다. 술은 96년 단주(斷酒) 모임에 가입하면서 완전히 끊었다. “오늘 하루만 술 마시지 말자, 오늘 하루만 버티자 라고 했던 게 벌써 18년이 됐습니다.”

2010년을 전후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루 3건 이상 강의를 강행하면서 우울증에 빠졌던 것. 이제는 강의 시간과 회수를 조절하고 있다. 최근에는 ‘빼-친절한 뱃살 사용설명서’ ‘컨디션 트레이닝’ 등 5권의 책도 낸 그는 ‘스스로 운동법’을 가르치는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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