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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게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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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게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입력
2014.09.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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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인 30대 박모씨와 이모씨는 결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집’을 꼽았다. 박씨는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집이란 새로운 보금자리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큰 장애물에 가깝다”며 “집에 대한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가치관은 단순했다. 가진 돈 만으로 집을 구하는 것. 이씨는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뒤 이자를 갚는데 급급하며 사는 삶이 너무 불행해 보였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이 마련한 집은 단칸방. 하지만 양가 부모님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집을 몇 평짜리 해오느냐”의 문제로 집안 간의 마찰이 있기도 했다. 박씨는 “집값이 1년 수입의 3~4배 정도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엄두가 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우리 세대에게 집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살 수 없는, 그저 사는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내 2층 공용회의실. 신혼부부 회사원 대학생 등 각기 다른 신분의 20~30대 청년 1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한 ‘2014 희망서울 정책박람회’의 일환으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기획한 ‘서울시민 집(house)담회’.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층들이 느끼는 주거 현실을 들어보고 정책에도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취지였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우선 자신들의 현실을 공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10년 넘게 서울 낙성대역 부근의 원룸에 살고 있는데 처음에 2,000만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이 6,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 집주인은 전셋값을 또 1,000만원 이상 올리겠다고 했다. 김씨는 “월급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이러다 평생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인 20대 직장인 황모씨는 “월세를 포함한 주거비만 60만~70만원 정도가 나가니 적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이런 식이면 몇 년 뒤에도 서울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20대 나모씨는 “학교 기숙사비가 월 120만원인데 입학을 하면 1년간 의무적으로 거주를 해야 한다”며 “등록금보다 더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님 세대와 느끼는 거리감도 대부분 공감하는 주제였다. 김씨는 “부모님들은 왜 집 한 채도 장만 못하냐고 쉽게 얘기하지만 그 분들은 은행 이자가 10% 넘었던, 투자가 가능한 세대였다”며 “우리는 투자는커녕 현실을 유지하기도 벅찬 세대”라고 말했다.

집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결혼하면 으레 집을 사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집값이 오를 때나 의미 있는 얘기”라며 “주변을 보면 왜 집을 사야 하나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정부는 주택시장이 죽어서 살리겠는데, 결국 집값 올릴 테니 대출 받아 집사라는 의미”라며 “청년층 입장에서는 집값이 떨어져야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주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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