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물체 우리 기술로 감시한다
광학 감시 네트워크 독자 구축 본격화…세계 첫 전자동 시스템
우주 물체를 우리 기술로 감시할 수 있는 관측소가 처음으로 몽골에 문을 연다. 이 관측소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인공위성이나 운석, 각종 우주 잔해물 등의 위치 정보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23일 몽골과학원 산하 천문 및 지구물리연구소와 공동으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 몽골 관측소 개소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완공된 이 관측소는 앞으로 6개월여에 걸쳐 기상조건 등을 고려한 시험가동을 마친 뒤 실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우주 물체의 위치 정보를 주로 미국에 의존해왔다. 지난 13일 과학기술위성 3호가 옛 소련 위성의 잔해와 충돌할 지 모른다는 정보도 미국 합동우주작전본부에서 알려왔다. 올 3월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은 떨어진 다음에야 확인됐다. 이에 미래부와 천문연은 “우주 물체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위험 대비 능력을 갖추기 위해 몽골 관측소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모로코, 2015년 상반기 카자흐스탄 등 감시시스템 4개를 외국에 추가로 건설해 24시간 운영되는 우주감시 네트워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모로코와 카자흐스탄 외에 나머지 2개는 남반구 국가에 설치할 계획이다.
전자광학 시스템은 태양빛이 우주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는 걸 감지해 특정 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계산하는 방식으로 우주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때문에 밤에 운영해야 효율적이다. 24시간 우주를 감시하려면 지구 곳곳에 여러 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주 물체를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은 전자광학 말고 레이저와 레이더도 있다. 미국이 주로 활용하는 기술은 레이더다. 지상에서 전파를 쏴 되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해 우주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원리다. 여러 물체의 위치를 빠른 시간 안에 정확히 알아낼 수 있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고 설치 비용도 비싸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레이저와 전자광학 시스템 구축을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레이저는 레이더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전파 대신 광선을 쏜다. 레이더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고 비용이 덜 들지만, 특정 물체에 대해 밀리미터 수준까지의 정밀한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박장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이런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면 지구의 물리적 상태, 지각의 움직임 등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근거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SLR)은 경남 거창군 감악산에 2015년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전자광학 기술은 레이더나 레이저보다 정밀도는 다소 떨어진다. 박 센터장은 그러나 “광범위한 우주 영역에서 여러 물체의 위치 정보를 획득하는 데는 전자광학 시스템이 좀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레이저가 나무 하나하나를 본다면 전자광학 기술로는 숲 전체를 보는 셈이다.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은 웬만한 우주 선진국들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관측 전 과정을 무인원격으로 관리하는 전자동 시스템은 우리 몽골 관측소가 처음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