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간판 리정화, 용상서 대역전극
북한 역도의 기세가 대단하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사흘 연속 금메달을 땄고, 이 중 2개는 세계신기록이다. 체중 때문에 금메달을 놓친 것도 1번이다.
북한 여자 역도의 간판 리정화(24)는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58kg급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상에서 왕솨이(23ㆍ중국)에게 7kg이나 뒤진 리정화는 주종목 용상 1차시기에서 128kg을 가볍게 들었다. 왕솨이는 용상에서 126kg을 기록, 합계 235kg으로 경기를 끝내고 리정화의 결과를 기다렸다. 134kg를 들어야 했던 리정화는 2차시기에서 134kg을 신청해 ‘굿 리프트(성공)’ 판정을 끌어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종 기록은 인상 102kgㆍ용상 134kgㆍ합계 236kg. 시상대에 오른 리정화는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열린 남자 69kg급에 출전한 북한 김명혁(24)도 금메달과 다름 없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몸무게 600g 차이 탓이다. 김명혁은 인상 160kgㆍ용상 182kgㆍ합계 342kg을 기록, 린칭펑(25ㆍ중국)과 똑 같은 무게를 들었지만 ‘같은 기록일 경우 몸무게가 덜 나가는 선수의 순위가 높다’는 역도 규정에 따라 2위에 머물렀다. 린칭펑의 몸무게는 68kg, 김명혁은 68.66kg이다. 지난 20일에도 여자 48kg급에 출전한 백일화(21)가 2, 3위와 같은 기록을 들어올렸지만 체중 400g이 더 나가 메달권에 입상하지 못했다.
이날까지 북한 남자 역도는 경기 첫날(20일) 엄윤철(56kg급), 21일 김은국(62kg급)이 금메달, 김명혁이 은메달을 추가하며 23일까지 열린 남자 역도 3체급에서 금2, 은1개를 얻었다. 남녀 6체급을 합쳐서는 3개의 금과 1개의 은을 수집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북한이 이처럼 역도에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 전쟁이 끝난 1953년 역도를 사격, 레슬링과 함께 집중 육성 종목으로 채택한 영향이 크다. 한국 역도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역도는 예전부터 정치적으로 가까운 중국, 동유럽 국가와 함께 훈련하며 노하우를 쌓았다”며 “1960년대 당시 역도 강국이던 불가리아와 합동 전지훈련을 했고 구 소련과도 교류가 잦았다. 최근에는 중국과 긴밀히 협조하며 더 성장했다”고 전했다. 북한 역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 역도의 중심에 진입했다. 런던에서 북한 역도는 김은국과 엄윤철, 림정심이 3개의 금메달을 따 냈다. 북한은 이들에게 노력영웅칭호를 수여하고 아파트와 고급 차를 전달했다. 북한 역도협회 종합훈련담당 정철호 부서기장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북한 역도 선수의 활약은 훈련 방법 개선과 우리 식 전술에 있다”면서 “런던 올림픽부터 기존의 훈련 방법을 모두 바꾸었다. 선수 개개인에 맞는 훈련방법을 수치화하면서 과학적으로 분석했다”고 단기간에 기량을 끌어올린 방법도 소개했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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