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를 포함한 자산가 20여명이 5,000만 달러(한화 약 522억원) 규모의 증여성 자금을 국내에 들여온 것이 적발돼 금융당국이 조성경위 등에 대한 정밀검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비자금, 세금탈루 등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에서 100만 달러 이상 증여성 자금을 들여온 국내 입금자들의 서류를 최근 외국환 취급 은행들으로부터 건네 받아 조사하고 있다. 명단에는 신격호 회장, 이수영 OCI 회장, 황인찬 대아그룹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 이승관 경신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성 자금이란 수출입 등 정당한 거래의 대가가 아닌 이전 거래를 뜻한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2만 달러 이상을 들여올 때는 반입 목적 등 영수확인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또 외국환거래법은 거주자가 국외 직접투자나 해외 부동산 취득, 금전 대차거래 등 자본거래를 하면 거래은행 등에 사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반입 자금이 투자수익금, 임금, 부동산 매각대금 등이라고 밝혔지만 사전에 해외투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들 자금의 조성경위와 신고절차 이행 등 법규 준수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반입자금 일부가 비자금이나 탈루소득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의심거래는 2011~2014년 국내 반입된 거액의 자금 중 일부를 표본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약 900만 달러를 송금 받은 신 회장은 영수확인서에서 이 자금을 과거 비거주자 신분으로 투자한 외국회사 수익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신 회장에게 들어온 외화는 합병으로 취득한 롯데물산 주식 일부의 매각대금이 출처”라며 “매각시 발생한 세금 납부를 위해 송금 받아 전액 양도소득세 납부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황인찬 회장과 이수영 회장, 김호연 회장의 자녀, 이승관 사장 등도 각각 100만~15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왔다. 이 회장은 작년에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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