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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무너진 대종상 수상 작곡가 아들과 명품 시계 훔치다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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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무너진 대종상 수상 작곡가 아들과 명품 시계 훔치다 덜미

입력
2014.09.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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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고급 시계 판매점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이모(66)씨와 아들(26)이 들어왔다. 이씨는 아들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고가의 시계를 보여달라 했고, 주인 정모(56)씨는 각각 3,000만원, 1,800만원, 1,500만원 짜리인 롤렉스 시계 3개를 꺼냈다.

이씨는 아들에게 시계를 건네며 “계산 할 테니 먼저 나가 있어라”고 한 뒤, 자신이 찰 만한 시계도 보여 달라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이씨는 돌연 “지금 돈이 없다. 통일부 주최 음악상에 공모해 놨으니 조만간 큰 돈이 입금될 거다”며 주인 정씨에게 사정했다. 놀란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씨는 곧바로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아들은 달아난 뒤였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악상에 공모해 조만간 상금 3억원을 받을 예정인데, 장관한테 줄 선물이 필요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놨다. 경찰 조사 결과 통일부는 그와 같은 공모전을 열지 않았으며, 지난 5월 통일부에 자작곡을 보낸 이씨에게 같은 답변을 회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90년대 초 대종상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작곡가로 확인됐다. 80, 90년 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700여편의 작품에서 작곡ㆍ편곡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의 딸도 영화ㆍ드라마 음악 작곡가로 활동, 한때 ‘부녀 작곡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두 번 이혼을 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 지난 2011년 뇌수술을 받기도 했다. 변변한 직업 없이 최근에는 서울의 고시원을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도망간 아들이 두 달 전에 정씨 가게를 답사했고, 서울에서 명품 의류 절도 혐의로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20일 이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아들의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아들과의 휴대 전화 통화 기록을 삭제한 상태였고, 아들의 신원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는 등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정황이 높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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