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에피톤 프로젝트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들어보시면 요소요소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이별을 주제로 한 슬픈 가사와 섬세한 전자음악, 그리고 루시아(심규선) 한희정 등 객원가수와의 합작으로 알려진 원맨밴드 에피톤 프로젝트(본명 차세정ㆍ30)가 3집 앨범 ‘각자의 밤’으로 돌아왔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밴드명에 담긴 마음처럼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밴드 이름 에피톤 프로젝트는 마에다 가츠히코의 곡 ‘에피톤’을 들으면서 느꼈던 신선하고 충격적인 음악을 자신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은 것이다.
타이틀곡은 신인 가수 손주희가 부른 ‘미움’이다. 미움이 나타났다 사라질 때까지 감정의 흐름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곡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에피톤 프로젝트의 기존 노래에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앨범 주제인 밤에 어울리는 어두운 목소리 색을 지녔다”고 손주희를 평가하면서도 자신이 부른 ‘미움’의 피아노 버전도 보너스 트랙으로 실었다. 객원가수가 아닌 에피톤 프로젝트가 부른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팬도 많다. 특히 여성 팬이 그가 직접 부른 곡을 선호한다. “제가 처음 곡을 만들 때 그 노래에 감정을 많이 실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환상곡’이나 ‘친퀘 테레’에서는 스타일을 확 바꿨다. 전위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가수 선우정아와 어울리는 강렬한 박자와 극적인 편곡을 시도한 ‘환상곡’은 이번 앨범에서 공을 많이 들인 트랙 중 하나다. 재즈 피아노와 기타를 동원해 풍부한 음악을 선사하는 ‘친퀘 테레’에는 이탈리아 북부의 여행지에서 느낀 여유로운 감정을 담았다.
2006년 데뷔한 그는 주로 공연을 통해 팬과 만난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TV 출연은 하지 않았기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 30대를 중심으로 오랜 팬이 많다. “2009년 12월 첫 공연에 오셨던 분들이 지난해 10월 소극장 공연에도 오셨더라고요. 공연 때마다 제 곡에 집중해 주시고 음악으로 교감해 주시니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 단독 공연을 앞둔 그는 “2010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야외 페스티벌에서 느꼈던 가을 밤의 감동을 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LP판으로도 발매한 에피톤 프로젝트는 “온라인 음원으로 음악을 접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너무 빨리, 가볍게 음악을 소비하는 것 같다”며 “여유롭게, 천천히 제 음악을 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내비쳤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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