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대 일방적 학과 통폐합 물의, 교육부 구조개혁정책 탓
취업률 낮은 학과 구조조정 몸살
한서대가 학생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한서대 연극영화학과 대책위원회와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서대는 지난 2월 연기와 영화 전공(각 정원 20명)으로 구성된 연극영화학과를 내년부터 영화 중심의 영화영상학과(정원 25명)로 개편하는 방침을 해당 학과에게 통보했지만 정작 연기 전공 학생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7개월이 지난 이달 4일 영화영상학과 요강이 적힌 수시모집 공고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 학과 연기전공 한 학생은 “통폐합 소문이 있어 학기 중에 진짜냐고 물어봐도 연기전공 교수들은 ‘기다려라’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폐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학생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연극영화학과 연기전공 신입생으로 들어온 한 학생은 “전공이 없어질 줄 알았으면 다른 대학에 진학했을 것”이라며 “입학한지 1년도 안돼 폐과 소식을 들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과의 소통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한서대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이 낳은 산물이다. 한서대는 지난해 대학평가에서 하위 15%에 위치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됐다. 3년 연속 지정되면 퇴출되는 터라 한서대는 2014학년도 등록금을 전년도 대비 3% 이상 낮추고, 입학정원을 1,800명에서 220명 감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다. 결국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 학교 연극영화학과 한 교수는 “방송ㆍ영화 특성상 일하는 대다수가 프리랜서인데,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만 취업으로 인정하니 취업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런 지표 기준을 수정하지 않고 평가하니 매번 예술대학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한서대뿐 아니라 이미 지방의 다른 대학들 역시 비인기 학과 통폐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학교 측은 뒤늦게 대화에 나섰다. 연기전공 학생들은 “전공 존속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이미 교육부에 교육과정 보고가 끝난 만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올해 신입생을 포함한 재학생들 모두에게 학습권을 보장하고, 신설한 영화영상학과에 연기 관련 과목을 만들어 내년부터 새로 들어오는 학생도 원하면 연기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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