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앞뒤 안맞는 해명 눈살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올해보다 총지출 규모를 20조2,000억원 늘린 376조원대 ‘슈퍼 예산’을 내놨습니다. 경기 부양 목적이라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35.7%)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8조원 넘게 불어나게 됩니다. 당연히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는데요. 예상보다 거센 비판에 기재부는 21일 ‘예산안 관련 10문10답’이라는 자료를 내고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확대 재정정책으로 재정건전성 훼손과 재정파탄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우리나라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확대 재정정책을 펼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겁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호주에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세계 경제가 저성장ㆍ저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 한국은 다행히 재정 여력이 있기 때문에 (자금을) 풀 수 있다. 내년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 + 물가상승률) 6%를 달성해 재정수지 흑자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같은 자료에서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중단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지방교육청 부채는 작년 말 3조원인 반면, 중앙정부 부채는 464조원으로 별도 국고지원의 여력도 없다”고 답하고 있는 겁니다. 교육청의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이 5.2%인데 비해 중앙정부는 137.4%나 된다는 비교도 덧붙였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고교무상교육에 대해서도 “최근 세입여건 등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전면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재정에 여력이 있다는 걸까요, 없다는 걸까요? 평소 철두철미한 기재부가 이렇게 앞뒤 안 맞는 해명까지 내놓는 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 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