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전이 끝난 21일 경기 고양체육관. 30대에 접어들어서야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전희숙(30ㆍ서울시청)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은 대회 3연패에 도전하던 남현희(33ㆍ서울시청)와의 준결승이었다. 전희숙은 15-7로 남현희를 제압한 뒤 결승에서 리 후이린(중국)을 15-6으로 꺾고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깨물었다. 전희숙에게 플뢰레 최강자 남현희는 ‘넘사 벽’(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정상급 실력을 보유하고도 ‘최정상급’ 남현희 앞에서만 작아졌다. 지난 7월 수원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도 전희숙은 남현희에게 12-15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남현희와 접전 끝에 14-15로 지면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준결승전에서 남현희를 물리친 뒤 그는“사람들은 2인자라고 하지만, 연습에서는 이기기도 했는데, 큰 대회에서는 언니가 늘 좋은 결과를 얻어 속상하기도 했다”며 그간 겪어야 했던 2인자 설움을 털어놨다. 전희숙은 2라운드 초반까지 6-2로 앞서다가 3점을 내리 내주며 또 다시 좌절하는 듯했지만 기어이 승리를 지켜냈다. 전희숙은 “광저우의 기억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남현희를 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전희숙은 “어렸을 때는 현희 언니와 상대가 안 됐는데 내 기량도 나아졌다. 경험이 쌓이면서 1년 전쯤부터는 저도 제 기술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런 전희숙에게 결승은 오히려 수월했다. 리 후이린과 맞서 2라운드 종료 1분30초 전부터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역습으로 6점을 따내는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승기를 잡았다. 2라운드 22초를 남기고 리 후이린이 직선 공격을 감행하자 왼쪽으로 피하면서 파고들어 상대의 오른쪽 배에 투슈(유효타)를 안겨 12-6, 더블스코어를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한국 여자 펜싱은 2006ㆍ2010년의 남현희와 이번 대회 전희숙까지 플뢰레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은 전날 여자 사브르 금ㆍ은메달, 남자 에페 금ㆍ은메달에 이어 여자 플뢰레 금ㆍ동메달을 가져오며 ‘펜싱 코리아’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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