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다. 그것도 완치까지 몇 주가 소요된다는 햄스트링 부위에 말썽이 생겼다. 양학선의 부상 정도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겉으로 보이게는 심각해 보였다.
지난 19일 도마 훈련에서는 도약대를 향해 뛰어가다가 도중에 주저앉을 정도로 통증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통 정도로 여겼던 양학선 역시 통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자 당시 훈련을 중도에 그만두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정밀 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양학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밀 검진에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은 양학선은 그렇게 한가롭게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양학선은 아시안게임 전부터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금메달에 욕심을 드러냈다.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도마 2연패보다 단체전 금메달을 앞세울 정도였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대표팀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고, 또한 금메달의 영광과 혜택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학선이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에도 2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결승 출전을 강행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살색 테이프를 칭칭 감은 양학선은 안마를 제외한 링, 도마, 평행봉, 철봉, 마루운동을 모두 소화했다.
사실 양학선은 남자 기계체조 선수로 누릴 것은 모두 누렸다. 2011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2연패의 위업을 이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기계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양학선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시니어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에 목마른 선수가 아니었다.
만약 양학선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선수였다면 부상이 혹시라도 더 악화되기 전에 일찌감치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다음 달 초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상황이기에 양학선의 선택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러나 양학선은 자신보다는 팀을 우선했다. 양학선의 중고등학교 시절 은사이기도 한 오상봉 코치는 양학선이 단체전 출전에 워낙 강한 의지를 보여서 선수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양학선의 부상 투혼에도 한국 대표팀은 이날 단체전 결승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양학선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씀씀이만은 그가 국제대회에서 따낸 어떤 금메달보다도 값져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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