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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환자 대주면…" 은밀한 거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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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환자 대주면…" 은밀한 거래 판친다

입력
2014.09.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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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 기사·상담 카페 운영자 등에 1인당 수십만원 소개비 주고 유치

장기입원자 많아 건보료 수입 두둑, 중증도 제멋대로 분류 부당 청구도

정신질환자 및 알코올중독자 전문 치료기관인 서울 동대문구 R병원에서 일하던 최모(43)씨는 2009년 5월 인천의 모 병원 관계자에게 30만원을 보내고 입원환자를 유치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유치 담당자로 일하던 최씨의 영업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씨는 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의 각 권역에서 운행하는 수십 명의 응급차 운전자 등에게 돈을 주고 환자를 소개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최씨는 2012년 4월까지 444건의 환자를 유치했고 이를 위해 소개비 1억6,150만원을 썼다.

요양병원들이 건강보험료 수익을 노리고 1인당 수십만원씩의 대가를 주며 환자를 거래해 온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은영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 장모(34)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중앙응급환자이송단 지부장 이모(39)씨는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 받았다.

최씨의 주요 환자 공급선 가운데 하나였던 이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응급차 운전을 하며 자신이 맡은 환자를 최씨의 병원으로 이송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이씨는 40회에 걸쳐 최씨 등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총 2,12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 정신질환 상담도 환자 유치의 미끼로 이용됐다. 정신과 상담카페 및 블로그를 운영하던 장모(34)씨는 온라인으로 접촉한 환자 보호자에게 전화로 정신병원 입원 상담을 해 준 후 63회에 걸쳐 R병원 등 특정 병원을 소개해 주고 4,078만원을 받아 챙겼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응급차기사들이 대가의 지급 여부나 금액의 과다를 우선 기준으로 삼아 병원을 선택하고 환자를 이송함으로써 환자의 건강 및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환자유치에 관한 거래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판단했다.

최씨 등이 이처럼 거액의 돈을 써가면서 환자를 유치한 것은 요양병원의 경우 장기입원환자가 많아 소개비를 빼고도 건강보험료 수익 등을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환자 1인당 책정된 보험 수가는 중증도에 따라 2만9,450~5만6,100원 선이다. 환자 본인부담 비용까지 합하면 알코올 중독자 등 요양병원 장기 입원환자 1인당 한 달에 150만~2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수사결과 이들은 환자가 의료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일 경우 20만~30만원, 건보급여를 받는 건강보험가입자일 경우 40만~50만원씩의 소개비를 책정해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병원은 환자의 중증도 분류도 제멋대로 해 건보공단 급여를 빼돌리고 있다. 인천 베스트병원은 지난해 5월부터 노숙인 300여명을 술ㆍ 담배를 주겠다고 유인해 정부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의료급여환자로 둔갑 시킨 후 중증도 최상위 등급(의료최고도)으로 분류해 15억여원의 요양급여를 부당청구 했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265 개의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며 30병상 이상이면 설립허가를 받을 수 있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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