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퇴치 여부 놓고 골머리
제주시가 ‘길조의 상징’ 제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칠성로 주변 상가에 몰려든 수천 마리의 제비떼가 배설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도심미관 훼손은 물론 고객들까지 감소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뚜렷한 퇴치법이 없기 때문이다.
21일 시에 따르면 일도1동 칠성로 상가에 10여일 전부터 수천 마리의 제비가 전깃줄에 떼를 지어 앉아 배설물을 배출하면서 차량은 물론 진열 상품까지 더럽히고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일부 상가에서는 제비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며 제비 퇴치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제비 퇴치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으나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는 한국전력공사의 협조를 받아 전깃줄 위에 낚싯줄을 길게 설치해 제비가 발로 전깃줄을 움켜쥐지 못하게 하거나 공포탄을 쏘아 퇴치하는 방법, 전깃줄에 뾰족한 피복을 씌워 제비가 앉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비는 9월 말이면 동남아 등지로 날아가기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제비를 칠성로에서 퇴치하면 다른 곳으로 몰려가 똑같은 민원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선지중화 사업 등을 통해 서식환경을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류보호 관련단체에서는 제비 포획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올해 제주로 이동한 제비의 개체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해 앞으로 제비를 보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만큼 제비 퇴치보다는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제비는 통상 음력 3월 3일(삼짇날)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음력 9월 9일(중구일ㆍ重九日)에 중국 양쯔강 남쪽으로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제비들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잠시 머무르는 중간 기착지이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09년 제비가 먹이활동을 통해 해충을 방제하는 효과가 제주에서만 연간 20억원을 넘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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