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 가로챈 일당 검거
지적장애 여성과 강제로 혼인신고를 한 뒤 여성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가로챈 동네 건달들이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런 혐의로 주범 정모(35), 김모(35)씨를 구속하고 공범 김모(36)씨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기혼여성의 경우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 A(33)씨 명의로 세 차례에 걸쳐 대부업체 등에서 700만원을 대출받아 챙겼다. 범행에 가담한 유일한 여성 김모(21)씨는 A씨 행세를 하면서 대부업체 전화상담원과 통화했고, A씨의 휴대폰을 통해 본인 인증을 받았다. 대출신청 계약서 등 서류는 팩스로 보냈다.
주범 정씨는 이 과정에서 기혼자는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는 A씨와 강제로 혼인신고를 하고 300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편취한 돈은 정씨 490만원, 김씨 120만원, 공범 김씨 부부 90만원 등으로 나눠가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성별과 나이,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채팅 앱을 통해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겠다”며 7월3일 인천 부평역에서 A씨를 만났다. A씨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들은 A씨의 휴대폰을 빼앗아 가족과 연락하지 못하게 하고는 A씨를 여관과 쪽방촌으로 데리고 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어머니 박모(56)씨의 가출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이 휴대폰 위치를 추적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A씨로부터 정씨 등에게 당한 일을 전해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일당은 영등포역 일대에서 노숙자 등 힘없는 약자들의 돈을 갈취해온 동네 조폭”이라며 “피해자는 지적 능력이 열 살 가량으로 이들의 협박에 공포감을 느껴 제대로 저항도 못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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