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Colloquial Grammar (문법과 구어)
영어에선 위아래를 잘 따지지 않는다. ‘This is my brother John.’이라고 소개 받으면 형인지 아우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형과 동생을 반드시 구분하는 우리말과 달리 영어에서는 ‘older brother’, ‘younger brother’같은 표현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모임의 선후배도 영어에는 없는 개념이다. Friend가 우리와 달리 ‘동갑’을 의미하진 않는 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Kim is my friend from high school.’이라고 말하면 우리말로는 고교 때 같은 학년이었던 친구를 가리키지만 영어에선 10년 차이가 나는 사람도 지칭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종적 개념을 중시하는 반면 영어권에서는 횡적 개념이 보편적이다. 영어에도 분명 존칭 표현이 있지만 우리처럼 획일적 구분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표현으로 쓴다. 가령 ‘Would you tell me your name?’은 존칭어구가 쓰였지만 ‘May I have your name?’보다 정중한 표현이 아니다. ‘Would you tell me ~?’가 질문자의 요구를 드러내는 반면 ‘May I ~?’는 상대방의 허락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Would you like to dance with me?’보다 ‘May I have this dance?’라고 해야 여성이 나와 함께 춤을 출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웬만하면 이름을 부르고 친구나 동료(friend, associate)로 통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선배나 고참(senior), 후배나 신참(junior) 같은 구분이 생소할 뿐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니 ‘나보다 3년 후배다’(He is three years behind me.) ‘한참 후배다’(He is many years my junior.)처럼 제대로 번역해도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다국적 기업에선 한국 직장의 몇 년차, 몇 기, 형, 언니, 동생 같은 구분 대신 이름과 직책 호칭으로 말한다.
학번을 말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는 입학 연도로 말하지만 미국인들은 졸업 연도를 기준으로 말한다. ‘What class were you in?’이라고 물었을 때 ‘I am class of ‘98’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1998년 5월에 졸업했다는 뜻이다. 미국 문화에서 유일하게 서열을 중시하는 것은 직장에서의 seniority(고참) 문화인데 휴가 날짜 지정 때 선임자에게 최대 우선권을 주는 식이다. 직장에선 대부분 서열을 따지지 않고 co-worker, colleague라고 한다. 경력이나 나이 차이를 따지는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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