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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무분별 해외자원 투자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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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무분별 해외자원 투자 막는다

입력
2014.09.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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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실패로 국부유출 심각, 투자 참여했던 민간기업도 피해

외부 인사 참여해 사업성 평가 강화, 실명제·이력제 도입 리스크 관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개발하기로 계약한 필리핀의 호몬혼 크롬광산. 계약 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돌연 사업이 중단됐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에 투자실명제를 도입한다. 케이엔피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제공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개발하기로 계약한 필리핀의 호몬혼 크롬광산. 계약 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돌연 사업이 중단됐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에 투자실명제를 도입한다. 케이엔피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제공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들이 진행하는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투자 전 사업성 검토를 강화하고, 실명제와 이력제를 도입해 책임있게 관리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기업들이 정권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투자했다 수익성이 낮아 막대한 손실을 보는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제2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내외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장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밀어붙였던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을 매각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정부의 부실 사업들에 대해 본격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재발 방지책까지 내놓은 것이다.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부 유출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와 공기업의 약속을 믿고 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사업이 중단되면 막대한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 예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필리핀과 계약을 맺고 개발하기로 한 크롬광산 사업이 2년여 만에 중단되는 과정에서 한 중소기업이 도산했지만, 당시 광물공사는 이전 담당자들의 사업성 검토에 문제가 있었다며 서로 ‘네 탓’만 했다.

정부가 이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투자실명제’와 ‘프로젝트 이력제’다. 공기업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투명하게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별 투자 담당자 이력을 추적, 관리해 일정기간이 지난 뒤 성과 평가를 통해 인사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업 검토 단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은 외부 인사가 반드시 참여하는 투자리스크위원회 같은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고,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평가를 실시하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해외자원개발 펀드(회사)가 현지의 전쟁, 시장 변화 등 갑작스런 변화나 사업 실패로 입게 되는 손실 중 일부(50~95%)를 보증하는 규모도 현재 약 2조2,000억원에서 2017년까지 4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무분별하게 이뤄진 데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사업 역량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정부는 진단했다. 가령 탐사 성공률이 외국 주요 기업들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지분 위주로 소극적으로 투자해오던 기존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실제 탐사 역량 향상과 운영권 확보에 주력하도록 유도하고, 부채비율도 관리해 공기업 내실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핵심 프로젝트 위주로 자산과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광물공사는 암바토비(아프리카 니켈 광산), 볼레오(멕시코 구리 광산) 등 대형 개발사업을 조기에 생산 단계에 진입시켜야 한다.

국내에선 해저광물 개발과 자원 안보에 역량이 집중된다. 2004년 생산 시작 이래 2조2,000억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동해-1’ 가스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울릉, 서해, 제주 등 3개 대륙붕에 2023년까지 최대 9공의 시추 탐사를 추진한다. 또 강원 정선군에 약 101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국가암추센터’를 만들어 크롬과 셀레늄, 희토류 등 10가지 희유금속을 전략적으로 비축한다. 이들은 다양한 산업에 필수이고 향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지만,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세계적으로 확보 경쟁이 치열한 금속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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