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세계 88위·빈민층 28% 불구 긍정적 천성과 가족중심 공동체로 135개국 중 만족도 61%로 최고
국경 맞댄 코스타리카가 2위 … 우승후보 덴마크는 3위로 밀려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과 컨설팅회사 헬스웨이스가 지난해 135개국 15세 이상 남녀 13만3,000명을 대상으로 세계 삶의 질(well being) 지수를 조사했다. 종합적으로 가장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는 어디였을까. 북유럽 덴마크?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미국? 아니다. 중미 파나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세계 88위에 불과한데다 빈민층이 전체 인구의 26~28% 수준인 파나마 땅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중남미 국민 특유의 여유롭고 긍정적인 천성과 가족 중심적인 공동체 성향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갤럽 등의 조사 결과 파나마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61%였다. 만족도는 ▦삶의 목표 ▦사회관계 ▦경제상황 ▦건강 ▦공동체안전·자부심의 5개 항목 중 3개 이상에서 ‘만족한다’라고 답한 비율이다. 파나마 국민은 경제상황을 제외하고 삶의 목표(66%) 사회관계(68%) 공동체 안전ㆍ자부심(58%) 건강(63%)에서 모두 만족도가 세계 1위였다.
파나마 사람들은 경제 성장 속에서도 공동체 중심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지켜고 있다는 점을 행복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파나마 정부 당국자는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가족들의 유대가 강하고 특히 일요일에는 늘 함께 한다”며 “가족 구성원이나 이웃 사람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하려고 서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담당자도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과거 라틴아메리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파나마 국민은 늘 웃고 낙천적인 삶을 즐기는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행복한 나라 하면 누구나 연상하는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와 비교할 경우 파나마의 특성이 더 잘 드러난다. 삶의 질 지수 같은 행복 조사에서 언제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덴마크는 이 조사에서는 파나마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빈부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과서적인 의미의 ‘복지강국’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젊은 세대들은 과거만큼 복지 국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 실제로 덴마크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29%로 다른 항목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절대적인 경제지표는 좋지 않지만 경제 규모가 성장세에 있다는 점도 파나마 사람들이 삶에 만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파나마는 올해 개통 100주년을 앞두고 2007년부터 계속된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 등의 효과로 지난해 실업률이 4.5%에 불과했다. GDP 성장률도 올해 7%대를 예상하는 등 중남미 국가 최고 수준이다.
중남미 국민들의 기질적 특성도 한몫한다. 갤럽이 2009~2011년 151개국을 대상으로 감정 표현 정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은 파나마,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유독 중남미에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삶의 만족도가 파나마 다음으로 높은 나라는 파나마와 북쪽으로 국경을 맞댄 코스타리카(44%)였다. 이외에도 브라질,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 10위권에 중남미 국가가 6개나 됐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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