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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위의 이야기] 여성성

입력
2014.09.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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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대통령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저잣거리의 화제의 중심이 되는 나라는 대체적으로 불행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정치평론가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바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국민이 정치인의 이름을 모르면 모를수록 그 나라의 행복지수는 높을 것이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우리 나라는 근대국가가 형성된 이래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3국 중 제일 먼저 여자 국가수반을 가져본 나라가 되었다. 민주주의 시대의 최고 권력을,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약자였던 여자에게 부여했다는 것은 양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것이었다(지구촌의 어느 구석에서는 간음한 여자를 여전히 돌로 쳐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래서 나는 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집권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녀에 대한 기대를, 여자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지고 있는 어떤 자부심을 버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랑스러워해야 할 우리의 첫 번째 여자 대통령이 국민을 경원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여성성이 세계를 구원한다고 말했던 이는 괴테였다. 괴테의 말을 지금부터라도 박 대통령이 증명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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