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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여 정의롭게 변혁하라

입력
2014.09.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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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발행ㆍ724쪽ㆍ2만8,000원

경제민주화 운동했던 장하성 교수

짧은 역사 속 기형적으로 발전한 한국적 자본주의에 눈높이 맞춰

정의롭고 평등한 변화 위해 제언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소득 불평등을 앞세워 깊이 고민했던 것처럼,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7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한국 자본주의’에서 말하고자 한 것도 2008년 금융 위기 아래 목도했던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일 것이다. 사실상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경제시스템으로 인정받으며 버티는 자본주의. 시장으로 향했어야 할 경제 권력을 재벌이 거머쥐며 천민자본주의로 변질했던 현대의 자본주의는 수많은 경제학자를 한숨짓게 한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장하성 교수가 4년여 동안 공들여 완성한 이 책은 그러나 피케티의 주장과는 조금 다른 고민을 요구한다. 한국의 자본주의만이 지닌 독특한 부실함에 대한 지적을 앞세운다. 그리고 미처 피어나지 못한 채 벽에 부딪혀 숨을 헐떡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한계를 애처롭게 바라보도록 독자를 이끈다.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척도가 아닌, 짧디 짧은 역사가 전부인 한국 자본주의에 걸맞은 시선으로 키를 맞췄다. 그렇게 마주하는 장 교수의 눈길은 경제가 ‘정의’와 만나는 곳에서 멈춘다.

장하성 교수
장하성 교수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처음으로 경제민주화 시민운동을 실천했던 장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자본주의가 나아갈 지향점으로 경제민주화 너머를 지목한다. 이른바 ‘정의로운 경제’. 누구나 함께 잘사는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그려내는 장 교수는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소유, 최소한의 시민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분배가 필요하다”며 “불평등의 자본주의가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평등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에 접근하는 ‘각도’가 달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군사정권의 계획경제체제로 육성한 산업에서 싹이 튼 우리의 시장경제체제는 자리잡은 지 불과 2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러한 기형적인 풍토에서 아직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제대로 실천해본 적도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피케티의 자본세 도입에 대한 주장을, 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우리와 같은 신흥국가에 대입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득 불평등과 왜곡된 시장 체제를 교정해야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를 버릴 것이 아닌, 고쳐 써야 할 것으로 본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어떤 뚜렷한 징후도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대안 부재로 인한 생존”을 인정하며 자본주의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하며, 지속될 수밖에 없는 조건의 자본주의를 고쳐서라도 이끌어가자는 논지를 펼친다.

저자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이루기 위한 몇 가지 정책들을 제안한다. 이미 정부가 안을 확정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법인세 누진구조의 강화, 그리고 집단소송제의 확대 실시 등이다. 책은 시종일관 민주주의의 ‘평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이 결합된 한국적 자본주의의 변혁을 주장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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