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먼저 도발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부정이 더욱 심각하고 본질적인 도발이다.’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18일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제7회 ‘서울-워싱턴 포럼’에서 한국과 미국의 여성 전문가가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장(성균관대 교수)과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이 주인공인데,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 제공자 ▦일본의 집단자위권 인정 ▦한일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놓고 시각차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미국 학계에서 지일파(知日派)로 분류되는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토론회에 일본 측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한국 참가자가 의견을 낼 때마다 일본 입장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한일 관계 악화 책임론’과 관련, “일본에서는 갑자기 한일 관계가 악화된 원인을 얘기할 때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걸 꼽는다”며 한국이 문제를 먼저 일으킨 쪽이라는 일본측 인식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지만, 아베 총리는 (역사퇴행적 행동은) 한일 관계의 깊고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또 ‘한국 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역사 교육이 다음 세대에게도 재생산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ㆍ안보 문제의 분리 접근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 원장은 대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와 안보 이슈를 분리해 내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해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또 “한국은 일본과 중국, 미국 등에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다”며 한국 사회가 일본보다 대외지향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쟁 책임을 부정하려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적절한 대응과 관련해서도 두 여성 전문가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원장은 “아베 총리가 과거 정권에서 전쟁 책임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는 것에 대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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