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변호사회 25일 대구 방문... 대구시, 히로시마에 폭우피해 성금
의사회 등 민간차원 교류 활발...
현지기업 명칭 오기 등 오해 소지도
"정치·외교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정서적 공감대 형성 절실..."
# 대구시는 최근 국제자매도시인 히로시마에 1,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지난달 19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숨지거나 다친 데 따른 것이다. 히로시마시는 2003년 대구지하철방화참사 사건 때 대구시에 위로금을 전달한 적이 있다.
# 히로시마변호사회는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한다. 오래 전부터 양 도시 변호사회는 해마다 상대 도시를 방문해 세미나를 여는 등 우호관계를 다져 왔다. 대구시 의사회도 격년제로 일본을 방문하는 등 민간차원의 교류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시와 일본 히로시마시의 20년 우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ㆍ일간의 정치상황에 따라 때로는 서먹한 상황이 연출된 적도 없지 않지만, 1997년 자매결연 후 진득한 정을 나눠오고 있다.
원폭 투하의 아픔을 안고 있는 히로시마는 국제평화문화도시를 추구한다. 대구시와 자매교류에 다른 어느 도시보다 적극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쓰무라 히로시(51) 히로시마 국제교류과장은 “세계 10여 개 이상의 도시와 결연을 맺고 있지만, 대구와는 서류상 약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류행사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행정기관만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10여 개의 민간단체가 서로 접촉하면서 적극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케우치 마리(53) 문화진흥과장도 “지난달 18~23일 히로시마 교향악단이 대구에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다”며 “내년에는 히로시마로 대구시향을 초청할 예정이며, 지속적인 경제 문화 학술 등의 교류를 통해 거리를 좁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측이 대구에 가지는 정서가 각별하다는 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히로시마 일한친선협회 아오키 노부유키(68ㆍRCC방송 대표) 회장은 “히로시마의 가장 큰 행사인 플라워페스티벌(5월3∼5일)개막일인 5월3일을 ‘대구의 날’로 지정하고 참가자들에게 한국음식을 맛보게 하고 대구 홍보자료를 전시하고 있다”며 “이 날을 위해 변호사회나 의사회, 방송국, 대학, 유네스코 등 히로시마 각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실행위원장은 일한친선협회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특히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25일 대구를 찾는 후나키 타카카즈(58) 히로시마 변호사회장은 “변호사 공급 과잉 등 공동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열어 해법을 모색하면서 우정을 다지고 있다”며 “자비로 참가해야 하는데도 매년 20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의사회(회장 마쓰무라 마코토·65)도 대구시의사회와의 자매교류협약서와 선물 등을 의사회관 2층 입구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는 등 양 도시의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쓰무라 회장은 “격년으로 대구시의사회와 교류를 진행하면서 의료보험 제도 등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올해는 한국의 사정(세월호 참사)으로 만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면서 “내년에는 꼭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히로시마 자매교류에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은 대구시가 기증한 큰 북이다. 태극 문양이 선명한 전통 북은 히로시마시 중구 국제회의장 로비에 자리 잡고 있다. 아사이 테루아키(75) 일한친선협회 사무국장은 “큰 북을 플라워 페스티벌 기간에는 주무대 옆 평화기념자료관으로 옮겨 대구와의 자매교류를 히로시마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축제 참가자들은 독특한 문양을 보고 신기해하며 만지기도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후지이 쇼이치(75) 일한친선협회 이사는 “대구시청 홈페이지 일본어 화면에 히로시마 대표적 기업인 자동차 회사 マツダ(마츠다)를 (일본 성씨인) 松田(마쓰다)으로 잘못 표기한 경우도 보았다”며 “작은 실수이지만 히로시마 시민들이 ‘대구시가 히로시마를 잘 모르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 출신으로 일본에 정착한 김근오(53)ㆍ국승희(47)씨 부부는 “서로 왕래하는, 겉으로 보이는 교류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자매’도시는 아닌 것 같다”며 “정치나 외교 등 외풍과 무관하게 두 도시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국제대학생 캠프 참가 등 지자체와 민간 차원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하도록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일본)=글ㆍ사진 최홍국기자 hk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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