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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군 전투병

입력
201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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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집트 국경이 접한 네거브 사막에는 과반수가 여성으로 이뤄진 특이한 부대가 있다. 이스라엘의 남녀혼성 전투부대인 카라칼(중동 사막에 사는 야생 고양이) 대대다. 지난 2000년 여군의 전투부대 배치 찬반논란이 커지자 검증 목적으로 창설했는데 여군 전투병들이 반 테러작전에서 3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해 일거에 여론을 호전시켰다. 영국은 근접 거리에서 적군을 직접 죽여야 하는 최전선 전투부대에 여군을 배치하지 않던 금지 규정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미국도 지난해부터 여군을 전투부대에 배치했다.

▦ 탱크를 몰거나 야포를 발사하는 여군이 우리 군에도 등장했다. 군이 올해부터 육군의 전투병과인 포병, 기갑, 방공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하면서 첫 포병 여군장교 6명이 야전에 배치됐다. 여군 창설 64년 만에 육ㆍ해ㆍ공군 장교의 모든 병과가 여성에게 개방된 셈이다. 최초의 여성 장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최초의 여성 함장에 이어 최초의 여성 포병이 탄생했다. 11월에는 최초의 여성 장갑차 조종사가 나온다.

▦ 여군 1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군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사관학교 수석 입학ㆍ졸업을 여생도가 휩쓸고, 여대 ROTC가 군사훈련 평가에서 남자들을 연거푸 제치고 있다.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 최태원 SK그룹 둘째 딸이 해군장교로 입영해 화제가 됐다. 군 면제 비율이 높은 재벌가 자제라는 점뿐 아니라 고속정이나 초계함에서 근무하게 될 항해병과를 지원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MBC ‘진짜 사나이-여군 특집’의 시청률 고공행진도 여군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여성 연예인들의 고된 훈련과 그들을 대하는 여군 장교들의 단단한 모습이 감동을 주고 있다.

▦ 군대에 불고 있는 ‘여풍’의 뒤편에는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상명하복식 위계 문화와 폐쇄성 속에 성범죄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 5년간 군내에서 83건의 여군 대상 성범죄가 발생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만삭의 몸으로 한 달 동안 5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던 여군 중위가 뇌출혈로 숨졌다.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보건휴가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고위직 진출과 보직도 제한적이다. 국방분야에서 여군의 활약이 증대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편견을 깨고 남성 중심의 군대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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