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어제 구 파견근로자보호법 시행 당시 입사한 원고 865명에 대해 “입사 2년이 지나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2006년 개정 법 시행 이후 입사한 69명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고용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업무 구분 없이 2년을 경과한 모든 사내하청 근로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또 동종ㆍ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의 임금에 준해 원고들에게 밀린 임금 등 23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청업체(현대차)가 아닌 사내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파견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낸 소송에서 차별적 처우의 위법성을 인정했으나, 현대차는 “개인에 대한 판단일 뿐”이라며 버텼다. 이에 사내하청노동자 1,596명이 소송을 내 3년11개월 만에 승소했다.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임이 거듭 확인됨에 따라 기아차 등 재판계류 중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불법파견에 관한 첫 집단소송이자 최대 규모여서 주목을 받았지만,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문제가 된 건 10년 전이다. 노동부가 2004년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 고발까지 했으나 현대차는 무더기 해고로 맞섰다. 현대차는 특히 최씨의 승소가 확정된 뒤에도 고집을 꺾지 않아 파업과 농성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2명이 분신 등으로 숨졌다. 현대차가 최근 내년 말까지 사내하청노동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것도 소송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특별채용이라는 시혜성 조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송을 낸 노동자 가운데 180여명이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어제 판결 직후 “1심 판결과 별개로 앞으로도 대규모 채용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런 식의 임시방편을 들고나올게 아니라 법에 따라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반듯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이 거짓이 아니라면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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