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명 정규직 전환되면 채용
2년 이후부터 근속 인정
적게 받은 임금도 일부 보전
訴 취하 근로자는 적용 안돼
현대차 항소 가능성 높아
임금보전비용 수천억원 달하고
노조와 300억대 손배소 진행 중
당장 정규직 채용은 어려울 듯
현대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인정한 18일 법원 판결은 다양한 형태의 사내하청 유형을 모두 포괄해 정규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이 만연한 제조업계의 고용 형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이달 25일 선고를 앞둔 기아차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현대하이스코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소송에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가 판결 근거로 삼은 것은 2012년 2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38)씨를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례였다. 당시 대법원이 제시한 파견근로자보호법의 해석이 주목할만한데 “파견 여부는 당사자들이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 받아선 안 되고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 근로관계란 ▦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에 특정성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사업주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판단된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원청 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 판례는 지난해 2월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쓴 한국지엠(옛 GM대우)의 경영진을 처음으로 형사 처벌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씨처럼 조립, 도장, 프레스 등 컨베이어 벨트를 정규직과 함께 사용하는 혼재공정에서 일하지 않고 부품포장작업 등 별도의 공정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한국지엠 판결과 같은 공정 구분 없이 현대차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일하는 전체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다. 현대차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업무 범위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하청노동자의 작업 공정이 수시로 변경되고, 결원이 발생하면 하청노동자로 정규직을 대체하는 등 작업지시를 관장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하청노동자를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이 일을 시킨 것으로 보고 하청 노동자 전부를 현대차의 근로자로 인정했다.
최병승씨에 대한 불법파견을 처음 인정한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업계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나눠 불법파견 혐의를 피하려는 ‘진성도급’이 퍼졌다. 현대차는 도장 의장 차체와 같은 직접 생산라인에는 정규직을, 생산관리 수출선적 등 간접 생산라인에는 사내하청 근로자를 배치시키는 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진성도급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진성도급을 활용한 기업도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몰렸다. 사내하청과 관련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는 올해 4월 기준 20개 사업장 3,023명에 달한다. 삼성전자서비스(1,004명), 현대하이스코(108명), 한국지엠(4명) 등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정규직과 같은 근로조건에서 일을 했다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어느 공정에서 일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점에서 노동법적인 의미가 크다”며 “(항소심이 진행될 경우) 사법부가 힘겹게 이어온 노동권 보장의 판결이 기업 논리에 재차 휘둘리지 않고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구조 전반에 만연한 불법파견 구조를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파견법에서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만드는 등 사내하청 문제로 발생하는 사회 비용과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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