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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방치하고 갈등 부추겨… KB 사외이사도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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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방치하고 갈등 부추겨… KB 사외이사도 책임론

입력
2014.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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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임무 저버리고 회장 감싸기로 혼란만 가중

"경영정상화 자격 있나" 지적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해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17일 저녁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KB금융 이사회.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놓지 않으면 조직의 혼란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9명의 사외이사들 사이에선 “자진 사퇴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상당했다. 자칫 또 기약 없이 해임 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미룰 수도 있었던 상황. 일부 사외이사가 임 회장 자택에까지 찾아가 사퇴를 권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정을 넘겨서야 가까스로 해임안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여전히 2명의 사외이사는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압박이 없었다면 임 회장 해임 의결은 차일피일 늦춰졌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KB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그 책임론의 화살이 경영진과 금융당국을 넘어 이제 이사회를 향하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올해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자 임 회장 편에서 수수방관했다. 내부 갈등 해소 기구인 이사회가 사태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회장을 지원함으로써 행장과의 갈등에 불을 붙인 셈.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징계를 받은 순간 이미 KB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과 연대해 기업 가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는 감시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B금융 이사회의 한 사외이사는 임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직후 “주 전산기 교체 문제는 지주사와 계열사 간의 내부문제로만 생각했지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4개월에 걸친 KB금융의 내홍을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다.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기업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 법률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업무’를 완전히 방기했다는 이야기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들이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할 당시처럼 경영진과 분쟁을 빚거나 또는 이번 KB금융 사태에서 보듯 기업의 비즈니스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지 못하는 등 자신들의 본질적 임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은 사내이사인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여서 자기권력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이지만 1년씩 연임할 수 있다는 정관에 따라 이경재 의장과 고승의 이사가 4년 6개월째, 김영진ㆍ이종천 이사는 3년 6개월째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인선 등 KB금융 경영 정상화의 주체 역할을 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상당하다. 국민은행 노조가 사외이사뿐 아니라 임직원 대표 추천위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회추위를 꾸릴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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